日작가 이시하라 넨의 '하얀 꽃을 숨기다'
올해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서 선보여
내달 11~13일 국립극단…온라인 관객 대화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서 천황(일왕)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낸 '여성국제전범법정' 영상을 보며 저도 해방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이 왜곡돼 알려진 것은) 일본인으로서 분하고 죄송합니다. 제 작품이 감추어진 부분을 조금이라도 되돌리길 바랍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일본 사회상을 다룬 연극 '하얀 꽃을 숨기다'가 제10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내달 11일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이 작품은 2001년에 일본에서 일어난 'NHK 방송 변경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여성국제전범법정(본보 기사 '위안부 전범 법정 만든 前 NHK PD "아베, 날 北스파이라 했다"' 참고)에서 증언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에 감화된 사람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압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극작가 이시하라 넨은 28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전쟁을 목적으로 한 국가 체제를 만드는 가운데 생겨난 것"이라면서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동시대 문제로 다룰 소재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쓴 계기를 밝혔다. 특히 일본 NHK방송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은폐·왜곡 시도들은 작가로서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일하는 현장에 어떤 압력이 가해진다면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위기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둔 이시하라 작가는 "작품 속 사건들이 매우 일본적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기대되기도 하고 또 긴장되기도 한다"는 소감도 전했다.
이번 낭독공연은 한일연극교류협의회가 일본의 일한연극교류센터와 협력해 국립극단,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공동 주최한다. 최근 4~5년간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하얀 꽃을 숨기다' 외에도 두 작품을 더 엄선해 무대에 올린다.
우선 내달 12일에는 OMS희곡상 가작을 수상한 요코야마 다쿠야의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을 선보인다. 우연한 사고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린 작품이다. 복잡하게 균열이 생긴 가족들의 모습을 치밀한 대화와 유머로 한국 관객에게도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튿날(2월 13일) 선보이는 다니 겐이치의 '1986년: 뫼비우스의 띠'는 2019년에 발표해 제64회 기시다쿠니오 희곡상을 받은 '후쿠시마 3부작' 중 제2부다. '후쿠시마 3부작'은 자신의 고향 인근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2년 반 동안 취재해 완성했다.
각 공연 직후에는 일본 현지에 있는 극작가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연출가 그리고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예술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관람 신청은 국립극단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할 수 있다. 공연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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