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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동시대 문제" 일본 연극, 한국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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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동시대 문제" 일본 연극,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입력
2022.01.30 12:00
수정
2022.02.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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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작가 이시하라 넨의 '하얀 꽃을 숨기다'
올해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서 선보여
내달 11~13일 국립극단…온라인 관객 대화도

일본 극작가 이시하라 넨의 '하얀 꽃을 숨기다'가 일본에서 공연되는 장면. 피컴퍼니 제공

일본 극작가 이시하라 넨의 '하얀 꽃을 숨기다'가 일본에서 공연되는 장면. 피컴퍼니 제공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서 천황(일왕)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낸 '여성국제전범법정' 영상을 보며 저도 해방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이 왜곡돼 알려진 것은) 일본인으로서 분하고 죄송합니다. 제 작품이 감추어진 부분을 조금이라도 되돌리길 바랍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일본 사회상을 다룬 연극 '하얀 꽃을 숨기다'가 제10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내달 11일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이 작품은 2001년에 일본에서 일어난 'NHK 방송 변경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여성국제전범법정(본보 기사 '위안부 전범 법정 만든 前 NHK PD "아베, 날 北스파이라 했다"' 참고)에서 증언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에 감화된 사람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압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극작가 이시하라 넨은 28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전쟁을 목적으로 한 국가 체제를 만드는 가운데 생겨난 것"이라면서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동시대 문제로 다룰 소재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쓴 계기를 밝혔다. 특히 일본 NHK방송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은폐·왜곡 시도들은 작가로서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일하는 현장에 어떤 압력이 가해진다면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위기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둔 이시하라 작가는 "작품 속 사건들이 매우 일본적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기대되기도 하고 또 긴장되기도 한다"는 소감도 전했다.

제10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 포스터. 국립극단 제공

제10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 포스터. 국립극단 제공

이번 낭독공연은 한일연극교류협의회가 일본의 일한연극교류센터와 협력해 국립극단,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공동 주최한다. 최근 4~5년간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하얀 꽃을 숨기다' 외에도 두 작품을 더 엄선해 무대에 올린다.

우선 내달 12일에는 OMS희곡상 가작을 수상한 요코야마 다쿠야의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을 선보인다. 우연한 사고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린 작품이다. 복잡하게 균열이 생긴 가족들의 모습을 치밀한 대화와 유머로 한국 관객에게도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튿날(2월 13일) 선보이는 다니 겐이치의 '1986년: 뫼비우스의 띠'는 2019년에 발표해 제64회 기시다쿠니오 희곡상을 받은 '후쿠시마 3부작' 중 제2부다. '후쿠시마 3부작'은 자신의 고향 인근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2년 반 동안 취재해 완성했다.

각 공연 직후에는 일본 현지에 있는 극작가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연출가 그리고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예술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관람 신청은 국립극단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할 수 있다. 공연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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