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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4년 차가 팀장? 드라마 '트레이서' 속 국세청, 사실과 허구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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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4년 차가 팀장? 드라마 '트레이서' 속 국세청, 사실과 허구는 뭘까

입력
2022.01.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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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합격한 '젊은 팀장' 있지만
조사 과정에서 집 기둥 깨는 건 '과장'
실제 서랍, 가방 속 숨겨둔 돈은 수색

드라마 '트레이서'의 등장인물들. MBC '트레이서' 영상 캡처

드라마 '트레이서'의 등장인물들. MBC '트레이서' 영상 캡처

최근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MBC 드라마 '트레이서'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 국세청 내부에서도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꽃이 피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국세청의 권력구도를 다룬 것은 물론, 젊은 조사팀장(황동주·임시완 분)의 '사이다 활약'이 화제가 되고 있어서죠.

국세청을 처음 그린 드라마 트레이서는 국세청 공무원이나 주변 상황 등 여러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실제 상황에 부합하는 장면도 많지만, 극중 재미를 위해 각색한 장면도 많습니다. 드라마 속 국세청과 실제 국세청, 어떻게 다른지 한번 볼까요?

①입사 4년도 안 됐는데 팀장? ‘가능’

극중 황동주 팀장은 회계사로 활동하다 4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복수’를 위해 시험을 봐 국세청에 들어갑니다. 국세청 실제 근무 기간은 4년이 채 안 되지만, 직책은 중앙지방국세청 조세5국 팀장입니다. 일반 회사였다면 신입사원에 가까운 연차지만 이미 팀을 이끄는 자리에 오른 것이죠.

실제로도 국세청에서는 3~4년 차 직원이 팀장 직함을 달기도 합니다. 이는 국세청 입직 경로가 △5급 △7급 △9급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행정고시를 통과해 관리자인 5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각 지방 세무서 과장으로 발령이 나고, 이후 경력을 쌓으면 국세청 팀장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팀장이 조사 ’반장’이나 조사관 등 다른 직원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죠. 이에 젊은 팀장의 분석과 오랜 기간 근무를 한 팀원의 경험이 잘 어우러져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쓰레기 하치장’ 조세 5국 진짜 있을까? ‘없다’

황동주 팀장이 일을 하는 곳은 중앙지방국세청에서도 ‘쓰레기 하치장’으로 불리는 조세 5국입니다. 중앙지방국세청, 조세 5국은 실제로는 없는 조직인데, 현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일부러 각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 구성이나 위상을 봤을 때, 중앙지방국세청은 서울지방국세청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는 조세국 대신 조사국이 있고, 주요 조사 대상에 따라 조사 1~4국으로 나뉩니다.

실제 서울지방국세청에서는 조사 1국이 대기업 중심 조사를 하고, 조사 2국은 중소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삼습니다. 양도소득세나 상속세·증여세, 최근의 부동산 거래 관련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조사 3국이고, 정기 조사가 아닌 탈세와 관련한 조사를 하는 등 ‘별동대’ 역할을 하는 곳이 조사 4국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세 5국은 조사 4국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국세청에는 조사국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황 팀장이 직전에 일했던 조직은 남주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인데, 실제 징세와 송무 업무가 분리된 서울지방국세청을 제외한 모든 지방국세청에 있는 조직입니다. 징세는 주로 세금을 걷고 체납을 관리하는 업무, 송무는 세금 관련 소송이나 조세 불복에 대응하는 업무입니다.

국세청이 체납자 수색에서 발견한 은닉 재산. 명단 공개 대상 체납자가 가지고 있던 미화, 명품시계, 그림(위 사진), 체납자의 집, 사무실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골프회원권 등(아래 사진).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체납자 수색에서 발견한 은닉 재산. 명단 공개 대상 체납자가 가지고 있던 미화, 명품시계, 그림(위 사진), 체납자의 집, 사무실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골프회원권 등(아래 사진). 국세청 제공


③조사 도중 돈 숨긴 기둥 깬다? ‘불가능’

드라마 1회는 황동주 팀장이 대형 망치로 300억 원을 체납한 동호증권 회장의 집 기둥을 부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기둥 속에 숨겨둔 10억 원이 들통나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이는 실제로는 불가능한 장면입니다.

국세징수법에는 체납자에 대한 압류, 수색 방법이 자세히 적혀 있는데요. 체납자의 주거지나 창고, 사무실 등을 수색할 수는 있고, 폐쇄된 문이나 금고, 기구를 열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세무공무원이 직접 문을 여는 것도 ‘체납자가 세무공무원의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수색 장소에 없을 때’로 한정합니다. 벽을 깨거나 기둥을 깨는 것은 법에 없는 방식이죠.

물론 실제 체납자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을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장소에 돈을 보관하고, 국세공무원이 이를 찾아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 조사 중 주방 수납공간 속 검은 비닐봉지에 현금 5억 원을 숨겨 놓거나, 명품가방 안에 돈다발을 넣어 놓는 것은 물론, 서재 책꽂이 뒤에 돈을 숨겨놓다 적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국세청이 올해 부촌 거주 호화생활 고액체납자 325명 추적조사 과정에서 적발한 체납 사례. 고액체납자들은 싱크대 안에 5만 원권 1만8장을 숨겨놓거나(위 사진), 어머니 명의의 대여금고에 수표와 현금, 골드바 등을 보관하는 방식(아래 사진)으로 자산을 숨겼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올해 부촌 거주 호화생활 고액체납자 325명 추적조사 과정에서 적발한 체납 사례. 고액체납자들은 싱크대 안에 5만 원권 1만8장을 숨겨놓거나(위 사진), 어머니 명의의 대여금고에 수표와 현금, 골드바 등을 보관하는 방식(아래 사진)으로 자산을 숨겼다. 국세청 제공


④홍시 던지는 민원인, 실제로? ‘세무서에는 있다’

사무실을 찾아 홍시를 던지거나 세무공무원 얼굴에 커피를 끼얹는 등 민원인의 과격 행동은 지방국세청의 조사국이 아닌 일선 세무서에서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세무서 근무 경험이 있는 국세청 직원들은 골프채나 식칼 등을 들고 세무서를 찾아 소리를 지르는 민원인을 설득해 돌려보낸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쇠고랑을 차게 된 민원인도 분명 있었죠. 이에 최근에는 세무서 민원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실제 국세청 앞을 가보면 탈세 조사를 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국세청장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가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드라마가 국세공무원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장면을 잘 묘사한 사례 중 하나겠죠.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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