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지례예술촌 등 '연중 만실 클럽'
나만의 경험 찾는 MZ세대 취향 저격
코로나19 확산 속에 전국 '핫플' 부상

지례예술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유명 호텔 등 리조트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1년 반 전에 해도 예약이 어려운 ‘연중 만실 클럽’ 숙박업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은 고급 인테리어나 스파,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이 최고인 것도 아니고, 교통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바비큐는커녕 객실 내 취사시설, TV도 없고, 냉장고나 화장실도 공용인 곳도 있다. 그런데도 예약이 밀려든다. 지례예술촌, 경북 봉화의 홀리가든, 경기 양평의 일식 길조호텔 등이 대표적인 만실 클럽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지례예술촌 제공

지례예술촌 제공
지구의 자전소리가 들리는 곳
지례예술촌은 경북 안동시 임동면 임하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다. 임하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내몰린 의성 김씨 지촌문중 소유의 종택과 제청, 서당 등 10채의 고택을 1986년부터 4년에 걸쳐 마을 뒷산으로 옮겨 지었다.
1988년 ‘지례예술촌’을 연 뒤 국내외 문인 화가 작곡가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일본어 번역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한동안 창작과 공연에 몰두한 곳이기도 있다. 이곳에서 며칠 밤을 묵고 간 호주의 언론인은 “지구의 자전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명칭은 예술촌이지만, 개인이 운영한다.
시대의 변화 속에 단순 체험행사는 중단했지만, 여전히 진짜 한국, ‘리얼 코리아’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지구의 자전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고즈넉하다. 나를 찾기 위해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20~30대 MZ세대로부터 인기다. MZ세대는 1980년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Z세대를 합친 것으로, 디지털환경에 익숙하고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정체성이 모호한 세대이기도 하다.
안동시 등에 따르면 예약은 연중 만실이다. 지난 1년간 투숙률 100%였고 올해도 연말까지 예약률이 80% 이상이다. 2월은 95%, 3월은 100%다. 7개의 방 중 임하호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7~9호 3개 실은 1년 반 전에 해도 어렵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경북 북부권의 다른 고택도 빈방을 찾기 어렵다.
김수형(47) 지례예술촌 대표는 “매년 6월 1일 이듬해 1년간 객실 예약을 오픈하는데, 7~9호실은 오픈 1주일이 되지 않아 100% 예약된다”며 “예약자의 80%가 20, 30대 여성이고, 투숙객 대다수는 친구나 연인, 부부, 모녀지간인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 방에 최대 2명만 잘 수 있어 ‘가족단위’ 투숙객은 드물다.

지례예술촌
'나'를 찾기 위한 MZ세대 공략
지례예술촌이 연중 만실 클럽에 든 것은 경영 세대 교체가 이뤄진 2018년쯤부터다. 대형리조트를 흉내내지 않고,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한 운영이 먹힌 것으로 풀이된다. 4년여 전부터 투숙객만 드나들 수 있다. 이들의 힐링 시간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한다.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이지만, 이곳은 상당히 불편한 곳이다. TV도, 바비큐도, 자체 취사실도 없다. 냉장고와 화장실도 몇 개 호실이 함께 공용으로 써야 한다. 예술촌 안에서는 또 고무신만 신어야 한다. 대중교통편도 없다. 그런데도 1년 반 전부터 예약에 목을 맨다.
방 안이나 대청마루에 앉아 물안개 피는 임하호를 내려다볼 수 있고, 기와지붕과 솟을대문 등이 어우러져 ‘인스타 갬성(감성)’에 그만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연중 만실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김수형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중요하지만, 시대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TV나 냉장고, 욕실 등을 ‘최신’으로 하면 많이 찾는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수요 중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TV라든가 노래방 같은 다른 즐길거리가 부족한 것이 자신들에게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오랜 시간 쌓인 갈등을 풀기 위해 온 모녀에게 최신 TV 같은 것은 방해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군 산중에 자리 잡은 홀리가든펜션

봉화 홀리가든 카페
MZ세대 취향 저격 산중 펜션
경북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홀리가든 펜션은 스위스 같은 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경북 북부권 대표적 펜션이다. 올해 개장 7년차로, 매년 1월 1일 이듬해 1년치 예약을 시작하는데, 6월 정도면 100% 마감된다. 인기에 비해 동, 서 2개실밖에 없다보니 예약이 더욱 어렵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카페와 더불어 청정 봉화의 명소로 부상했다. 카페도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1시간 30분가량 이용할 수 있다. 투숙객은 별도로 예약하지 않아도 되는 특전이 주어진다.
이주환(50) 대표는 “침대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산과 MZ세대들이 좋아할 인테리어 등이 주효한 것 같다”며 “청결한 관리 등 무엇보다 숙박업소의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며 나름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이밖에 경기 양평의 일식호텔인 길조호텔은 남한강변이라는 우월한 입지에다 일본 료칸을 본뜬 전형적인 일식 호텔로 연중 만실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MZ세대는 기성세대에겐 어떻든 벗어나고 싶은 가난과 고통의 보릿고개나 산업화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세대이기도 하다”며 “경북의 많은 고택이나 산중펜션 등은 남과 다른 경험을 추구하고 나를 찾아 나선 MZ세대 등에게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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