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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장애인 전동휠체어 사고… 지자체, 보험 지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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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장애인 전동휠체어 사고… 지자체, 보험 지원 나섰다

입력
2022.02.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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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2월부터 장애인 전동보장구 보험 실시
전주, 광명 등 전국 지자체에서 해당 사업 확산
인도 이용 의무화… 조심해도 접촉 사고 빈번
국가 지원 전무해 관심 있는 지역만 하는 실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11년째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최동규(55)씨는 지난해 여름 사고를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는 좁은 인도를 지나가다가 장애물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던 할머니와 부딪혔다. 할머니가 무릎 골절을 입어 보험을 통해 처리하려고 했지만, 보험 기간이 만료돼 치료비 100만 원을 온전히 사비로 물어야 했다. 최씨는 "전동휠체어를 타다 보면 일주일에 서너 번 위험한 일이 생긴다"며 "기초생활수급자라서 보험 지원이 없으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는 7일 "2월부터 장애인 전동보장구 운행사고에 대한 보험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누구나 자동 가입되며, 장애인 전동보장구 운행 중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사고당 최대 2,000만 원까지 보장된다.

전국 지자체에서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 장애인 전동보장구 보험을 지원하는 사업이 속속 확산되고 있다. 2년 전 전북 전주시가 처음 추진한 데 이어, 경기 광명시와 전북 정읍시 등에서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선 10만여 명의 장애인이 전동보장구를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 전동보장구는 현행법상 '차마(車馬)'에 포함되지 않아 반드시 인도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인도가 좁거나 경사가 있고, 장애물이 설치돼있는 등 인도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전동보장구에 탑승한 채 인도를 지나다보면, 갑자기 건물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등 조심한다고 해도 종종 사고가 발생한다. 최씨는 "법 때문에 인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행인과 부딪히는 상황이 생기면 '차도가 아니라 왜 인도에서 이용하느냐'고 타박을 들어 속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씨 사례와 같이 장애인은 생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가해자가 됐을 경우 배상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잦다. 2020년 기준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19%로, 전체 인구 수급률(3.6%)에 비해 5.3배 높다. 2014년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초등학생과 충돌했지만, 배상 능력이 없어 검찰에 송치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전동보장구 보험을 지원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2017년 원유철 의원이 장애인 보조구 보험급여 지원안을 발의했으나 무산됐고, 2020년 이종성 의원 대표 발의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가 2017년 '장애인 금융이용 제약 해소방안'을 발표하며 보험료 지원을 약속했으나, 관련 법안이 법제화되지 않으면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전무하다 보니, 관심 있는 지자체만 전동보장구 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 간 복지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여 년째 전동휠체어를 이용 중인 조태흥(53)씨는 "서울에선 노원구와 양천구 2곳에서만 전동보장구 보험을 지원한다"며 "국가에서 일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복지 차원뿐 아니라, 넓은 관점에서 보험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용석 장애인총연맹 정책실장은 "사고 발생 뒤 법적 분쟁으로 가게 되면 사회적 지출이 많아지고 갈등도 커진다"며 "피해자에게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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