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청사 예정지 편입 매장 점포주
"건물 보상비 받지 못해" 억울함 호소
청주시 명도소송 맞서 5년째 퇴거 불응
청주시 "적법 절차에 따른 보상" 반박
“내 돈으로 내가 지은 건물 보상비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렸어요. 황당하고 억울한 사정을 어디에 호소해야 합니까.”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청주시청 부근 K컴퓨터 판매·수리점. 매장 유리벽에는 ‘보상금을 건물을 건축한 XX에게 지급하라’ ‘청주시장은 명의수탁자에게 불법 지급된 건물 보상금을 즉각 회수하라’란 구호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 안에선 점포주 김재혁(61)씨 부부가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김씨는 “억울해서 청와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경찰 등에 진정하는 청원서”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건물에서 나가 달라”는 청주시의 퇴거 명령에 응하지 않고 있다. 행정기관의 명도 소송에 맞서 5년째 버티고 있는 사연은 이랬다.
컴퓨터 전문가인 김씨는 2003년 지금의 매장을 직접 건축했다. 토지주 강모(서울 거주)씨로부터 땅을 빌려 철골 구조 가설건축물(건평 660㎡)로 지었다. 연간 토지 임대료는 3,600만 원. 공사비로 안 쓰고 모은 1억9,000만 원을 쏟아 넣었다. 그렇게 그는 어엿한 매장에서 평소 원했던 컴퓨터 매장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매장 부지가 청주시 통합시청사 건립 예정지로 편입됐다. 2014년 7월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는 기존 시청사 주변 부지를 확보해 통합시청사를 새로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2016년 청주시가 확장 부지에 대한 기초 조사에 들어가자, 김씨는 자신이 컴퓨터 매장 건물의 실소유주라고 시에 통보했다. 이후 건물 분 보상비는 당연히 자신에게 지급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듬해인 2017년 5월 건물 보상비는 토지주 강씨에게 지급되고 말았다. 청주시는 강씨에게 철거비 명목으로 1억8,920만 원을 지급했다. 건축 당시 편의상 건축물 관리대장에 가설 건축물 명의를 토지주로 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김씨는 당시 건축업자의 진술서, 공사비 지출 내역, 건물 재산세 납부 내역 등 자신이 실제 건물주임을 확인하는 자료를 제출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건물 보상은 실제 돈을 들여 건축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고 수없이 강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청주시의 보상 절차와 집행 과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보상금 수령을 놓고 강씨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강씨에게 보상금이 지급됐다”며 보상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밀리에 진행된 보상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도 했다.
김씨는 특히 “(보상 물건의) 소유권이 불분명할 때는 관련 법규에 따라 해당 보상물에 대해 공탁하고 토지수용위원회 판단을 받아 처리하면 되는데, 청주시는 그런 통상적인 절차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최근 재판 자료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강씨가 보상을 받기 위해 건물 등기를 낸 것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부동산실명제법에 따르면, 강씨처럼 이름만 걸쳐놓은 명의수탁자인 경우, 등기 자체를 할 수 없다. 그는 “당시 강씨의 등기는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긴 불법 행위”라며 “불법을 근거로 진행된 보상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청주시는 이에 대해 보상 절차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공용지 취득은 관련 법률에 따라 공부(公簿)를 기준으로 한다. 당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낸 강씨에게 철거비 명목의 보상금이 나간 것은 당연하다”며 김씨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소유권 다툼이 있다면, 그것은 이해관계자 사이의 문제일 뿐, 행정기관이 끼어들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공탁을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청주시 측은 “법률적으로 판단해 볼 때 해당 보상 건은 공탁 대상이 아니었다”며 “법원에서 인정한 등기권자에게 보상이 나간 것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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