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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승진해도 월급은 과장급"…혹한기 견뎌낸 대우조선 재비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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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승진해도 월급은 과장급"…혹한기 견뎌낸 대우조선 재비상할까

입력
2022.01.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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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대형 크레인들이 설치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거제=연합뉴스

14일 오전 대형 크레인들이 설치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거제=연합뉴스

근 3년을 끈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합병 불발로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우조선은 2015년 이후 정부의 거듭된 지원에 기대 가까스로 위기를 헤쳐 왔던 만큼 홀로서기를 위해서라도 합병이 절실했는데, 사실상 대우조선이 다시 합병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을 걸로 보여서다.

결국 대우조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아직까진 시장에 확신을 줄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시장의 걱정과 달리 대우조선 내부 분위기는 정반대다. 직원들이 현재 회사 상황을 '동트기 전'에 비유하며 서로 다독이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미 웬만한 악재는 다 털어낸 만큼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시장 트라우마, 그건 바로 엉크러진 재무구조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3,000억 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 악화 탓에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2016년 심각한 경영난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지 위기에도 몰린 적이 있다. 다행히 상폐는 당하지 않았지만 한국거래소로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한 개선 권고를 받아 1년 가까이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투자자들에게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악화는 그야말로 트라우마인 셈이다.

한국일보 자료

한국일보 자료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298%다. 2020년 말(167%)에 견줘 130%포인트 급등했다. 무엇보다 현금 조달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같은 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93%, 당좌비율은 78%였는데 이는 기준선(유동비율 150%·당좌비율 10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다만 1조 원 적자로 잉여금이 바닥이긴 하지만 아직 자본(2조5,000억 원)에 여유가 있어 잠식까지 갈 단계는 아니다.

"올해가 보릿고개 마지막"

대우조선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예견된 악재'라는 입장이다. 조선사는 과거 수주실적이 현재 실적에 반영된다. 3, 4년 전만 해도 시황이 최악이라 따놓은 일감도 별로 없는데, 하필 수주한 것도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라 지난해 후판가격 급등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은 최근 업계에서 뜨고 있는 LNG운반선에 비해 들어가는 후판량이 훨씬 많다. 대우조선은 이를 고려해 지난해 초 연간 예상 매출을 4조 원대로 공시했다. 업계는 실제 실적도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를 거라는 게 대우조선의 내부 분위기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 목표(77억 달러)를 40% 웃도는 108억 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2, 3년치 일감이다. 특히 대우조선은 과거 대규모 손실을 유발했던 해양플랜트 수주는 거의 하지 않고, 수익이 많이 남는 LNG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LNG선 등 상선의 매출 비중(21년 3분기)은 82%로 2년 전보다 14%포인트 뛴 반면 해양·특수선 매출 비중은 17%로 같은 기간 14%포인트 줄었다. 일종의 체질 변화에 성공한 셈인데, 대우조선 관계자는 "내년부터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예상 실적. 자료=대신증권

대우조선 예상 실적. 자료=대신증권

대신증권 이동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가 마지막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은 올해까지 적자를 낸 뒤 내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걸로 증권업계는 예상한다.

혹독한 구조조정

대우조선은 2015년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 삭감 등이 뒤따랐다. 부장으로 승진해도 과거 전성기 시절 받던 과장 2년 차 월급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회사의 미래인 연구개발(R&D) 투자는 꾸준히 늘렸고, 40명 안팎이긴 해도 매년 신규 채용도 계속했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 이후 분식회계로 파생된 장부 문제는 물론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웬만한 악재는 다 털어내 내부에서도 터널 끝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지난 13일 불허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 설치된 합병 무산 환영 현수막.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지난 13일 불허했다. 사진은 14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주변에 설치된 합병 무산 환영 현수막. 거제=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그럼에도 주식시장에서 조선업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진 건 부인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새로운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언제 또 시황이 꺾일지 알 수 없어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연초부터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주가가 부진한 것만 봐도 시장의 기대감이 낮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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