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著 '감각과 사물'… "감각, 사회질서로 훈련된 것"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 집 특유의 냄새는 계급 불평등을 상징한다. 신체 감각을 본능의 영역에 가둬 두고 생각하곤 하지만 이 경우 감각은 사회 질서 속에서 훈련되고 규율된 것이다. '감각과 사물'은 "사회 속에서 감각은 자연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다"고 보고, 감각학과 물질문화연구를 전통적 사회과학과 연결하려는 시도다.
예컨대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정의된 층간소음 기준에 따라, 아파트의 정상적 소음을 못 견디는 주민은 비정상적 청취자다. 반면 정상적 청취자가 특정 소리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 소리는 층간소음이다. 감각이 권력과 정치를 행사하는 사례다.
책은 아파트 층간소음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시, 에너지 전환, 사회운동과 시위 통제 등 한국 사회의 논쟁적 의제를 '감각'과 '사물'이라는 코드로 해석한다. 감각과 사물은 도덕, 시민권, 권력, 공간, 정치, 경제 개념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코로나19로 장소에 대한 인식은 도덕성을 띠게 됐다. 교회, 클럽, 노래방 등 코로나19 감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가 됐다.
저자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마음대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없다"며 "우리의 감각은 사회 질서 속에서 훈련되고 규율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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