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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팔아 5000% 수익률...전 세계 MZ세대 꽂힌 '리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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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팔아 5000% 수익률...전 세계 MZ세대 꽂힌 '리셀' 경제학

입력
2022.01.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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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리셀시장 관통하는 키워드
①희소성 ②스토리 ③MZ세대

나이키 에어 이지2 레드 옥토버. 크림 제공

나이키 에어 이지2 레드 옥토버. 크림 제공

#. 2014년 발매된 '나이키 에어 이지2 레드 옥토버'는 지난해 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에서 1,500만 원에 거래됐다. 발매가(28만9,000원)와 비교하면 무려 52배에 달하는 가치다. 미국 유명 래퍼 칸예 웨스트가 아디다스로 떠나기 전 나이키와 진행한 마지막 콜라보 제품인 데다, 전 세계에 1,000족 한정으로 기습 출시되면서 리셀가가 크게 뛴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커진 리셀(Resell) 시장이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다. 앱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앱 1위는 인도의 리셀 앱 '미쇼(Meesho)'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림, 솔드아웃 등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뿐 아니라 머스트잇, 트렌비 등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이 지난해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 리셀테크 플랫폼 '스레드업'에 따르면 글로벌 리셀 시장 규모는 2020년 280억 달러(약 33조 원)에서 2025년 640억 달러(약 7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되면 아무 신발이나 가방을 사고 팔아도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만해 보이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리셀 시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만족하는 상품만이 고가에 거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①희소성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롤렉스 홈페이지 캡처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롤렉스 홈페이지 캡처

희소성은 '오픈런'을 부른다. 명품 브랜드들이 상품 판매 개수를 제한하고, 나이키 등이 한정판 상품을 내놓는 이유다. 오픈런 대상이 되는 상품은 사자마자 '프리미엄'이 붙는다.

대표적인 오픈런 상품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의 한 모델(발매가 1,165만 원)은 되팔 경우 2배 넘는 가격(약 3,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샤넬 베스트셀러 '클래식 미디엄 플랩백'의 경우 2019년 11월 715만 원에서 2년 새 네 차례나 가격이 올라 지난해 11월 1,124만 원이 됐고, 리셀가는 이보다 비싸게 형성돼 있다. 모두 "밤새 번호표를 받아도 실물 구경조차 힘들다"는 푸념이 나오는 상품들이다.

'100족 선착순 판매'로 이달 중순 대구 신세계백화점 '좀비 오픈런' 대상이었던 '나이키 에어 조던 1로우 골프 시카고'는 리셀가(약 52만 원)가 정가(17만9,000원)의 3배 수준이다. 일단 구매에 성공하기만 하면 쉽고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출시 2, 3년 후 제품을 단종시킴으로써 희소성을 확보하는 레고 모듈러 시리즈의 경우 출시 당시 10만 원대였던 제품이 수년 후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②스토리

소더비가 경매에 내놓은 루이비통-나이키 에어포스 원 by 버질 아블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생전 디자인한 모델로, 경매가는 2,000달러부터 시작된다. 소더비 제공

소더비가 경매에 내놓은 루이비통-나이키 에어포스 원 by 버질 아블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생전 디자인한 모델로, 경매가는 2,000달러부터 시작된다. 소더비 제공

희소성 있는 상품에 특별한 스토리까지 입혀진다면 가격은 순식간에 수십 배 더 뛴다. 유명인과의 협업을 통해 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칸예 웨스트 사례처럼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면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지난해 11월 루이비통 최초 흑인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41세라는 젊은 나이로 사망하자 리셀 시장이 들썩인 것도 제품에 '스토리'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버질 아블로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나이키가 협업해 내놓은 '조던1 x 오프화이트 레트로 하이 시카고 더 텐'은 사망 직후 가격이 기존 리셀가(670만 원대) 대비 2배가량 높은 1,1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경매업체 소더비는 조만간 아블로가 루이비통에서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나이키 스니커즈 '버질 아블로 에어포스 원' 200켤레를 경매에 내놓을 예정인데, 시작가는 2,000달러(약 240만 원)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모델 리셀가가 수천만 원대에서 수억 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③MZ세대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는 베어브릭, 레고 등 장난감부터 게임기, 캠핑용품까지 다양한 취미생활 상품이 거래 되고 있다. 크림 앱 캡처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는 베어브릭, 레고 등 장난감부터 게임기, 캠핑용품까지 다양한 취미생활 상품이 거래 되고 있다. 크림 앱 캡처

리셀 열풍은 MZ세대의 '보여주기' 문화와도 관계가 깊다. 최신 트렌드를 좇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랑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리셀 시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비자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은 리셀 시장에서도 몸값이 높다. 베어브릭이나 마블 캐릭터 피규어 등 장난감들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셀은 '요즘 애들'의 투자처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스니커즈는 10만~20만 원대로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구하는 방법도 주로 '랜덤 추첨' 방식이라 접근성이 높다. 크림만 해도 가입자가 160만 명이 넘는데, 이 중 20·30대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표적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37%가량은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 동기로 '투자 기회'를 꼽았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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