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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와의 전쟁’ 투사 된 美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로렌 북

입력
2022.01.26 18:52
수정
2022.01.26 19: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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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가중처벌법 주도
어렸을 때 6년간 성적 학대
최근엔 나체 사진 유포 협박당해

로렌 북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11일 주의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탤러해시=AP 연합뉴스

로렌 북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11일 주의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탤러해시=AP 연합뉴스

어렸을 때 유모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학대는 무려 6년 동안 이어졌다. 트라우마(심리적 외상)에 시달리며 수년간 거식증과 불면증을 겪었지만 이에 물러서지 않았다.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을 돕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결혼했고, 아이들을 낳았다. 그의 지속적인 선행과 봉사활동은 2016년 그를 의회로 이끌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로렌 북(37)의 이야기다.

성범죄 피해자를 도와 온 북 의원이 다시 ‘성범죄와의 전쟁’에서 투사가 됐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자신이 피해자가 되면서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북 의원은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처벌법 입법을 주도했고, 플로리다주 범죄사법위원회는 이 법안을 최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이 법안은 누군가의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장치에서 훔친 성적 이미지를 구매하거나 판매ㆍ거래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ㆍ조작한 편집물인 ‘딥 페이크’의 유통도 처벌대상에 포함된다.

북 상원의원은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 당사자다. 앞서 그는 휴대폰으로 자신의 절제 흉터 복원 수술 결과를 보여주는 사진을 찍어 남편, 친구와 공유했다. 그런데 누군가 해킹으로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체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해왔다. 사진 출처를 추적하니 스웨덴과 러시아 사설 사이트에서 나왔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딥 페이크’ 유포로 인한 피해도 입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그가 예전에 당했던 성적 학대 경험이 공유됐고, 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 동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AP에 “2년 전부터 내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돼 유포되고 있었다”며 “그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었지만 나와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은 리벤지 포르노 처벌법이 됐다.

법 제정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불어넣고 있다. 딥 페이크 피해를 입었다는 사브리나 자벨라나는 “누드사진은 마치 내가 직접 찍은 것처럼 정교했고 이는 대학 1학년 때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을 소환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플로리다 법이 딥 페이크 사건을 처벌할 조항이 없어 낙심했으나 북 의원이 나서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북 의원은 앞으로도 성범죄와의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사진과 영상들은 아직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요. 사람들은 그것들을 사고, 교환 할테죠. 여성들에게 매일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가 싸우는 이유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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