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 무색
마약 경유지로 활용도 늘어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 밀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마약 청정국’이란 말도 무색해지고 있다. 국제우편뿐 아니라 주방환기 장치 같은 특송화물, 영양크림과 입욕제 등에 마약을 은닉하는 등 밀수 수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마약류 밀수단속 결과, 총 1,054건을 적발해 1,272㎏의 마약류를 압류했다고 26일 밝혔다. 관세청 개청 이래 가장 많은 적발량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51%, 적발량은 757% 증가했다.
항공여행자를 통한 마약류 적발이 2020년 311건, 55㎏에서 지난해 83건, 12㎏으로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마약류 밀수가 급증한 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 해상화물을 통한 마약 반입 시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편·특송 등 수입화물에서 적발된 마약건수는 같은 기간 374건, 90㎏에서 967건, 1,258㎏으로 크게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발 주방환기 장치 특송화물과 미국발 국제우편 입욕제에서 메트암페타민이 각각 8.2㎏, 4.0㎏ 적발되기도 했다. 독일에서 보낸 모발영양크림 속에 숨긴 케타민 0.9g 반입 시도 역시 들통이 났다. 국제우편을 이용한 10g 이하의 소량 자가소비용 마약류 밀수 건수가 전년보다 179%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적발된 마약류를 품목별로 보면 메트암페타민이 577㎏(126건)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849% 늘어난 규모로, 1회 투약분량 0.03g 기준 약 1,92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어 △코카인 448㎏(20건) △대마류 99㎏(336건) △페노바르비탈 57㎏(80건) 순이었다.
국제 마약조직이 한국을 최종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보카도를 가장한 페루발 해상화물에서 코카인 400.4㎏을 적발한 게 대표적이다. 코카인은 주로 북미·유럽에서 남용되는 마약으로, 국내 코카인 단속건수는 2020년 7건에서 2021년 20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압류한 코카인은 1회 투약분 0.01g 기준 약 4,48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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