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로 누구를 기용할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벤투호의 '터줏대감' 황의조(보르도)는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소속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국내파 조규성(김천상무)은 황의조가 없는 사이 최전방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흥미진진한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오후 9시(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 위치한 사이다 시립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2월 1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해 시리아와 8차전을 갖는다. 중동 2연전 결과에 따라 한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최종예선 7, 8차전을 앞두고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황의조 조규성 김건희(수원삼성)를 뽑았다. 최종예선 기간 동안 최전방 공격수 2명만 발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월드컵 개막까지 약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최대한 여러 조합을 맞춰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의조는 23일 스트라스부르와의 리그1 22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9호골이자 리그1 통산 27호골이다. 박주영이 AS모나코 시절에 세웠던 리그1 아시아선수 최다 득점(25골) 기록도 넘어섰다.
대표팀에도 희소식이다. 황의조가 지난 6월 투르크메니스탄전 이후 5경기 연속 벤골이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었지만,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득점 감각을 한껏 끌어 올린 것이다.
부상으로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최종예선 7, 8차전 합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황의조의 부활은 벤투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시리아와의 홈 경기, 이란과의 원정 경기를 소화한 뒤 부상으로 11월 조별리그 5, 6차전 명단에서 빠졌다.
대표팀에서 워낙 비중이 컸던 황의조였기에 우려가 컸는데, 후배 조규성이 공백을 잘 메우면서 벤투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조별리그 5차전인 UAE전과 6차전 이라크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인 조규성은 1월 2차례 열린 아이슬란드, 몰도바와의 평가전에서도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아이슬란드전에서는 기다렸던 A매치 마수걸이 골까지 터트렸다.
대표팀 경험과 킬러 본능은 분명 황의조가 앞서지만 레바논전과 시리아전에서 벤투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주축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강한 벤투 감독임을 감안하면 황의조의 선발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최근 대표팀에서 조규성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는 걸 감안하면 깜짝 선발 출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선다면 황의조보다는 조규성이 더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규성은 득점보다는 2선 공격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하며 황의조보다 높이에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황의조의 마무리 능력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조규성의 이타성에 신뢰를 드러낼 것인지는 오로지 벤투 감독의 몫이다. 그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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