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용기 39대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
역대 두 번째로 많아, 무력시위 위협 고조
차이잉원 "대만, 공산주의 대항 보루" 역설
英·호주 “대만이 국제기구 참여해야” 가세

중국 훙(H)-6 전략폭격기. AP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 3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무더기로 넘었다. 올해 들어 최대 규모 무력시위다. 차이잉원 총통이 ‘반공’을 외친 다음날 중국은 바로 위협수위를 높였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中, 역대 두 번째 많은 군용기 출격

대만 국방부가 23일 공개한 중국 군용기 39대의 방공식별구역 진입 경로.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대만 국방부는 23일 “윈(Y)-9 통신대항기 2대, 젠(J)-10 전투기 10대, J-16 24대, Y-8 정찰기 2대, 훙(H)-6 전략폭격기 1대가 대만 남서부 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4일 중국이 역대 최대인 군용기 56대를 대만 ADIZ에 투입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에 대만군은 전투기 맞출격과 방공미사일 추적으로 대응했다.
당시 중국은 국경절(10월 1일) 이후 나흘간 149대의 군용기로 전례 없는 물량공세를 벌이며 대만 ADIZ를 장악했다. 닷새 후 시진핑 주석은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연설에서 “대만 독립세력은 조국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중화민족 부흥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면 끝이 좋지 않아 반드시 인민으로부터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에 처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연설에 앞서 군용기 시위로 분위기를 조성한 셈이다.
“대만은 공산주의 대항 보루”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1일 남동부 타이둥의 육해공군 부대를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차이잉원 트위터 캡처
앞서 22일 차이 대만 총통은 중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대만 국부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 전 총통 기념도서관과 문화공원 개막식에 참석해 대만 수호와 반공을 강조했다. 특히 “대만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단호하게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어떤 타협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고인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대만은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정신적 보루로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을 여러모로 자극할 만한 내용이다.
당초 대만에서는 “장제스와 장징궈의 권위주의를 미화한다”면서 공원 설립과 차이 총통의 참석을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대만을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린 공적을 앞세우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인을 단합시키는 계기로 활용했다. 차이 총통은 21일에는 남동부 타이둥의 육해공군 부대를 연달아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하며 결의를 다지는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英·호주 “대만 국제기구 참여해야”

영국과 호주 외교·국방장관들이 21일 시드니에서 2+2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대만의 우군 영국과 호주도 가세해 중국을 압박했다. 양국은 21일 호주 시드니에서 외교·국방장관(2+2) 각료회의를 열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면서 “대만이 회원국 또는 옵서버로서 국제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미국과 함께 앵글로색슨 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해 중국을 옥죄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가장 거슬리는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국가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에서 모범을 보인 대만이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요구에도 불구,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돼 왔다.
이에 대해 대만 외교부는 영국과 호주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대만은 인도·태평양지역을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파트너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국주재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냉전 시대에 볼 법한 미국의 전략을 따라 반중 기조를 앞세우며 중국과 사사건건 싸우려 드는 대외 정책을 당장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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