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해저 화산 폭발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린 한 남성이 27시간을 수영해 살아 돌아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은퇴한 목수인 리살라 폴라우(57)는 지난 15일 통가 제도에 들이닥친 쓰나미에 떠밀려 무인도 두 곳을 떠돌다가 무려 13㎞를 헤엄쳐 본섬으로 생환했다.
통가 라디오방송 '브로드컴 FM'에서 폴라우가 밝힌 생존기는 한 편의 재난영화와 같았다. 쓰나미가 닥치기 직전, 폴라우는 한가롭게 통가 본섬인 통가타푸 북쪽, 인구 60여 명의 작은 섬 아타타의 집에 머물며 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다. 마침 형과 조카딸이 그를 돕기 위해 집에 함께 있었다.
파도는 평소같이 해안을 넘실댔지만 평소보다 더 가까이 들이닥치다 빠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거실을 적시며 집안까지 들어온 파도는 어둑해진 오후 7시쯤 갑자기 6m 이상의 쓰나미로 돌변해 들이닥쳤다. 플라우는 “붙잡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조카딸과 함께 바다로 휩쓸려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탈출하기 위해 나무에 올랐지만 또 다른 큰 파도가 밀려오자 휩쓸려갔다.
밤새 물결에 실려 이리저리 떠내려가던 폴라우는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도 없었고, 파도에 떠밀려 인근의 토케토케섬에 도착했다. 16일 오전, 근처를 지나는 통가 경찰 순시선을 발견한 그는 필사적으로 천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순시선은 그를 보지 못한 듯 그냥 지나쳤다.
결국 그는 헤엄치기로 결심했다. 폴라우는 오전 10시쯤 토케토케섬을 떠나 오후 6시쯤 폴라섬에 도착했다. 섬에서 소리를 지르며 사람을 찾았지만 또 다른 무인도였다. 17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제도인 통가는 36개 섬에서만 주민들이 거주한다.
다시 바다로 뛰어든 폴라우는 사력을 다해 물살을 가른 끝에 통가 본섬 통가타푸에 도착했다. 시간은 16일 밤 10시가 지날 즈음이었다. 쓰나미에 휩쓸린 지 27시간만이었다. 그는 도로로 걸어 나와 지나가는 차를 붙잡아 구조를 받았다. 폴라우는 "당뇨병을 앓는 여동생, 심장병이 있는 막내딸이 눈에 아른거렸다"며 본섬을 향해 마지막 헤엄을 치던 당시를 떠올렸다.
재난영화 같은 그의 1박 2일 생환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그를 "현실 속의 아쿠아맨"으로 칭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폴라우의 조카딸 등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국이 확인한 사망자 3명 중에 아타타 주민은 없다고 전했다. 미국 사모아 수영협회 관계자는 “매우 경험 많은 수영선수에게도 어둠 속에서 이같이 수영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재, 잔해, 파도 같은 물리적 장애물이 수영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폴라우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생환은 더욱 대단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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