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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식품만 팔던 앱들은 왜 가전제품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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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식품만 팔던 앱들은 왜 가전제품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까

입력
2022.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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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무신사·W컨셉 등 버티컬 플랫폼
지난해부터 대형가전까지 전자제품 판매 늘어
외형 확장 위한 단계... "브랜드 정체성 고민 늘어"

마켓컬리 가전제품 카테고리. 마켓컬리 캡처

마켓컬리 가전제품 카테고리. 마켓컬리 캡처

패션이면 패션, 신선식품이면 신선식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면서 최근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생태계를 장악해온 '버티컬 플랫폼(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몰)'이 가전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응용소프트웨어(앱)으로 끌어들이는 첫 단계를 넘어 '앱의 외형 확장'을 꾀하기 위해서다.

21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버티컬 플랫폼으로 꼽히는 마켓컬리와 무신사, W컨셉, 오늘의집 등은 모두 앱에서 냉장고나 세탁기, TV와 같은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버티컬 플랫폼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선별(큐레이션) 기능을 앞세워 모든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종합몰과 차별화로 성장해온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선풍기, 청소기 등 소형가전 위주로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마켓컬리는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형가전 판매를 시작했다. 전문 설치기사가 필요한 만큼 컬리가 자랑하는 '새벽배송'은 제공되지 않지만, 브랜드와 협업해 30%대 할인까지 제공된다. 1년 만에 비식품 상품 판매 비중을 20%에서 30%까지 끌어올린 컬리는 최근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비식품 비중을 50%까지 늘리면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무신사 디지털/테크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 무신사 캡처

무신사 디지털/테크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 무신사 캡처

무신사도 지난해부터 앱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회사의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상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도 무선 이어폰이나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제품을 판매해오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대형가전까지 판매품목을 늘린 것이다. 가장 고가 상품으로는 2,000만 원이 넘는 공기살균기 제품까지 판매되고 있다.

일찍부터 가전제품 판매를 시작했던 인테리어 전문 플랫폼 오늘의집은 가전 카테고리에 등록된 상품만 3만 개가 넘는다. 5,000만 원이 넘는 스피커부터 86인치 TV 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 밖에 신선식품 새벽배송 앱 오아시스마켓은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를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고, W컨셉이나 29CM 등 많은 패션 관련 버티컬 플랫폼은 '디지털'이나 '테크' 등의 탭을 만들어 각종 전자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처럼 종류를 불문하고 버티컬 플랫폼이 성장 과정에서 가전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매출 확대'에 있다. 통상 e커머스 앱은 충성도가 있는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판단이 들면,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덩치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밟는다.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나 추가 투자 유치를 원하는 회사라면 이용자 수를 넘어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가전제품의 경우 단가가 높기 때문에 앱의 몸집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피가 큰 가전제품의 경우 직매입하거나 직접 설치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에 드는 비용도 적은 편이다.

다만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해당 플랫폼 고유의 색깔이 옅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들을 묶어두고 있던 '브랜드 정체성'이 느슨해지면 결국 앱 성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전문몰 입장에선 브랜드 정체성과 외형 성장 사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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