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미한 침입' 언급했다 논란에 화들짝
유럽 독자 대응 가능성에 서방 동맹 분열 우려
미러 외교장관, 21일 스위스 담판이 최대 고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압박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변칙 전술에 휘둘리는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미한 침입(minor incursion)’ 실언 논란이 터졌다. 러시아 압박 대응 방안을 두고 유럽이 분열하는 상황도 심상치 않다.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막을 올린 미러 외교장관 담판을 앞두고 신경전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 어떤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면 이는 침공(invasion)”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루 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만약 (러시아의) 경미한 침입일 경우 우리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데 대한 해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 후 우크라이나에서 “침입과 침공을 구분하려는 데 경악했다”는 반발이 나오는 등 실언 논란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의 비정규군 게릴라전이나 소규모 침투 같은 변칙 전술에 미국 등 서방국가가 일사불란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변칙 공격 시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서방 동맹 내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9일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우리가 유럽인으로서 다른 유럽인들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논의한 뒤 그 결과를 러시아에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미국을 일방적으로 따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특히 EU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때에도 제재 대응에 1년 가까이 걸린 경험도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과 마크롱 발언의 효과는 서방 동맹 내 마찰을 부각시켰고 이는 러시아엔 잠재적 이점”이라는 분석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중 40%, 석유의 25%를 러시아가 공급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NYT는 덧붙였다.
19일부터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와 독일을 찾아 러시아 대응 전략을 논의했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났다. 러시아가 10만 넘는 병력으로 1, 2월 중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고위급 담판을 벌이는 자리였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전 독일 베를린에서 “전면적인 전쟁 위험이 우리 모두의 머리 위에 있다”며 다시 한번 러시아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우리가 외교적 길을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추가 침략의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신속하고 막대한 비용을 (러시아에)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상황이 악화해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에 대한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우리는 막대한 경제 금융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도발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투함 및 지원함 140여 척, 군용기 60여 대, 군 장병 1만여 명을 동원해 2월까지 지중해, 동해, 북대서양 등 세계 전역에서 훈련을 갖는다고 20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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