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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값이면 남성용 옷 사라" 저품질 여성복에 화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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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값이면 남성용 옷 사라" 저품질 여성복에 화난 사람들

입력
2022.0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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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음질, 밴드 질 차이" 여성복 품질 논란
타 브랜드 제품에서도 비슷한 차이 발견
'젠더리스' 옷 사입는 여성들도 늘어나

온라인에서 품질 차이로 논란이 된 모 SPA 브랜드의 여성복과 남성복을 직접 비교해보았다. 남성복에 쓰인 허리 밴딩이 더 넓고 당겼을 때 팽팽했다. 두 제품의 가격은 14,900원으로 동일. 왼쪽이 여성복, 오른쪽이 남성복. 김세인 인턴기자

온라인에서 품질 차이로 논란이 된 모 SPA 브랜드의 여성복과 남성복을 직접 비교해보았다. 남성복에 쓰인 허리 밴딩이 더 넓고 당겼을 때 팽팽했다. 두 제품의 가격은 14,900원으로 동일. 왼쪽이 여성복, 오른쪽이 남성복. 김세인 인턴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 거면 제발 남자 옷을 사라'는 제목의 글과 여성복의 낮은 품질을 지적하는 몇 장의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여성복의 품질이 남성복보다 낮은 데다 가격은 더 비싸다는 의혹은 종종 제기돼 왔다. 여성 패션 시장의 유행 변화에 따른 관행 탓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속옷이나 기본 셔츠까지 그럴 이유가 있을까. 해당 브랜드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 상태다.


'남성용 사는 게 낫다' 저품질 여성복 논란 지속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성복과 여성복 품질 비교 게시글. 작성자는 남성용에 비해 여성용 발열 내의의 품질이 좋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남성복과 여성복 품질 비교 게시글. 작성자는 남성용에 비해 여성용 발열 내의의 품질이 좋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모 SPA브랜드에서 남성용 내의 바지를 3개 구매했지만 남성용 제품 2개와 여성용 제품 1개를 잘못 배송받았다"며 "실수로 온 내의를 그냥 입으려고 했지만 박음질과 허리 밴드의 질이 차이가 나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함께 첨부된 사진 속 여성용 하의는 남성용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누리꾼들은 "여자 옷들 소재 좋은 거 별로 없다. 같은 가격이면 남자 꺼 사는 게 훨씬 낫다", "확실히 질이 다르다. 여성용은 몇 년 못 입는데 남성용은 건조기 돌려도 괜찮았다"며 자신의 경험을 드러냈다.

여성복의 품질 논란은 낯설지 않다. 2020년 무신사스토어가 남성용 바지에는 있는 기능을 여성용에서는 없앤 데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해 논란이 됐다. 여성용 바지에는 페이크 포켓(주머니 표시는 있지만 넣을 수 없는 가짜 주머니)이 달렸다. 또 남성용에는 있던 히든 밴딩(편안한 착용을 위해 허리 부분에 밴딩 처리)과 실리콘 프린팅(상의를 바지 안으로 넣었을 때 빠지지 않도록 고정)도 제외했다. 무신사 측은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성별 차이를 없앤 바지를 출시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누리꾼은 A브랜드에서 출시된 여성용 반소매 티와 남성용 반소매 티의 사진을 올리며 "별다른 합리적 근거 없이 성별만을 이유로 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suntiss******)고 말했다. 사진상 여성용의 목 부분 마감이 남성용에 비해 허술함에도 가격은 7000원이 더 비쌌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같은 가격임에도 '뚜렷한 차이'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된 모 SPA 브랜드의 발열 내의 하의. 여성용 제품의 박음질이 남성용에 비해 느슨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이 여성용, 오른쪽이 남성용. 김세인 인턴기자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된 모 SPA 브랜드의 발열 내의 하의. 여성용 제품의 박음질이 남성용에 비해 느슨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이 여성용, 오른쪽이 남성용. 김세인 인턴기자


논란이 되지 않은 타 브랜드의 발열 내의 상의. 남성복 상의와 달리 여성복 상의는 목 부분 박음질이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남성복의 경우 '백넥 테이프'를 한 번 더 덧대 늘어짐을 방지한 모습. 왼쪽이 남성용, 오른쪽이 여성용. 김세인 인턴기자

논란이 되지 않은 타 브랜드의 발열 내의 상의. 남성복 상의와 달리 여성복 상의는 목 부분 박음질이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남성복의 경우 '백넥 테이프'를 한 번 더 덧대 늘어짐을 방지한 모습. 왼쪽이 남성용, 오른쪽이 여성용. 김세인 인턴기자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된 상품을 확인하기 위해 SPA 브랜드를 직접 방문해 봤다. 판매대에는 남성용과 여성용 내의가 구분돼 있었다. 바지의 허리 밴딩은 육안으로 봤을 때 차이점이 바로 느껴졌다. 여성용보다 남성 내의의 허리 밴딩이 더 넓고 튼튼하며 당겼을 때 팽팽했다. 마감 처리도 달랐다. 남성용 바지 밑단은 단단하게 고정이 잘돼 있었다. 그에 비해 여성용은 박음질 모양 자체가 느슨했고 실밥이 튀어나온 부분도 보였다. 두 제품의 가격은 14,900원으로 동일하다.

논란이 된 제품 외 타 브랜드의 제품에서도 유사한 차이가 발견됐다. B브랜드 내의도 남성용과 여성용의 가격이 14,900원으로 같지만 목 부분 마감이 달랐다. 남성용 상의의 목 뒷부분에는 ‘백넥 테이프’를 덧대 늘어짐을 방지했으나 여성용은 박음질 된 부분이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러한 품질 차이에 대해 한국봉제패션협회 이상태 협회장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 구조와 습성, 소비 패턴의 차이가 불러온 결과"라고 답했다. "여성 패션 시장은 유행에 민감해 품질보다는 디자인을 더 중요시한다. 이에 비해 남성복은 디자인이 잘 바뀌지 않고 소비자들이 옷을 한번 사면 오래 입기에 질적인 면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며 "그런 관행이 생산 공장들에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남성복은 신체 구조상 옷의 형태를 유지하는 두꺼운 심지나 탄탄한 원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속주머니 같은 경우에도 여성들은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하기에 남성복에서 주머니를 더 신경 쓴다. 옷을 만들었을 때 남성복이 배로 걸린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SPA 브랜드 2곳에도 설명을 거듭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불편함 알게 된 이후에는 젠더리스 옷 구매해요"

저품질 여성복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 여성 소비자들은 남성복이나 젠더리스 의류를 구매하는 모습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저품질 여성복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 여성 소비자들은 남성복이나 젠더리스 의류를 구매하는 모습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품질이 좋지 않은 데다 상대적으로 비싼 옷을 살 이유가 있을까. 실용성을 중시하는 여성 소비자들은 남성용 옷을 구입하거나 성을 나누지 않은 '젠더리스' 제품에 눈길을 돌렸다.

주로 SPA 브랜드의 남성용 옷을 사는 김예나(24)씨는 "고등학교 때 유행하던 후드집업도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B 브랜드의 후드집업을 친구들이 많이 입었는데 남성용은 안감 전체가 털, 여성용은 팔에만 털이 들어가 있었다. 이유가 궁금해 찾아보니 여성용은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몸통 쪽에는 털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셔츠 같은 경우 남성용에는 주머니가 있고 단추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데 여성용은 없다"며 "품질 면에서 차이를 느껴 계속 남성용을 구매할 것 같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의 '탈코르셋' 운동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최정은(22)씨는 "탈코르셋 운동을 알게 된 이후부터 젠더리스 옷만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여성복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질 좋은 옷을 직접 입어보니 차이점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김예림(23)씨도 "여성복의 '페이크 포켓'이나 얕은 주머니가 남성복에서도 흔히 보이는 형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여자 바지의 주머니는 모양만 만들어 놓은 가짜거나 있어도 엄청 얕아서 휴대폰이나 지갑이 반 이상 튀어나온다. 항상 가방을 들고 다녀야 했다"며 "젠더리스 바지의 가장 큰 차이는 주머니의 깊이다. 이전에 입던 바지에 비해 두 배 정도 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변하고 있다. 성별에 따른 품질 차이가 과거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을지 몰라도 이젠 불편함을 드러내고 소비 행태를 바꾼다. 관행이라는 과거에 붙들려 이런 변화를 외면하는 생산자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지 않을까.

김세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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