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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나가면 2차 피해, 증언 포기하면 가해자 무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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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나가면 2차 피해, 증언 포기하면 가해자 무죄... 어쩌나"

입력
2022.01.20 09:00
수정
2022.01.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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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미성년 영상진술 증거' 위헌 결정에
'성추행 피해 6세' 법정 출석·진술해야 할 처지
아동 측 오선희 변호사 "2차 가해 우려, 대책 시급"
"차단된 가해자의 기침소리에 놀라기도"

유튜브 채널 MBC라디오 캡처

유튜브 채널 MBC라디오 캡처

여섯 살 어린이가 "세 살 때 겪은 성추행 피해를 법정에 나와 진술하라"는 통보를 받아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 측 오선희 변호사는 "보호자는 (피고인이) 무죄를 받더라도 아이는 보호하고 싶다는 입장"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오히려 피해자를 더 절망하게 만든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변호사는 19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피해) 아동은 당연히 상황을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들이 심리치료 받고 사건을 잊고 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저희 어린이도 심리치료를 장기간 받아 오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법정 가서 다 기억해내라는 것은 새로운 피해이기 때문에 (부모는) 그것만은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3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영상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면서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만들어졌으나, 헌재는 이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 위헌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피고인의 요구가 있으면 다른 사건 재판처럼 미성년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 쪽의 반대신문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정 나가면 2차 피해, 증언 포기하면 가해자 무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진행자가 "법 제정할 때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만 예외를 둔 것은) 논란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나"고 묻자, 오 변호사는 "이전에도 사회적 합의고,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가 중대한 공익이라는 이유로 합헌 결정도 있었다"면서도 "이번에는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도 중요해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결정으로 뒤집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장 진술해야 하는 어린 피해 아동들은 다른 방법이 전혀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오 변호사는 "사실 저의 의뢰인 어린 피해자 외에도 아동학대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나가서 증언할 것인가, 아니면 성폭력 사건 특성상 중요한 증거인 증언을 포기해 가해자가 무죄받는 것을 볼 건가 딱 두 가지 선택이 남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용기를 내 출석한다고 해도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사건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2차 가해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는 "어린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 저희 피해자 같은 경우도 6, 7시간 동안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얘기했다"며 "어른들이 법정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질문받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언어적 발달 단계가 아니고, 어른들이 이거냐 저거냐 물으면 '네네' 이러다가 끝날 가능성도 높아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 없는 것처럼 평가될 우려가 굉장히 높다"고 걱정했다.

이어 "사춘기인 10대 중후반 피해자들은 피고인 측의 비난성 증인신문 때문에 상처를 많이 입어 학교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가해차 기침 소리에도 놀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어린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공포로 느껴지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 오 변호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없는 곳에서 비공개 재판을 신청하면 받아주지만, 피고인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 바로 붙어 있는 안쪽 대기실을 이용한다"며 "대기실이 없는 곳도 많아 그럴 때는 법정 내 병풍 같은 칸막이를 쳐 피고인을 그 안에 들어가 있도록 하지만, 기침 소리만 나도 (피해자가) 놀란다"고 지적했다.

2019년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사건은 약 1,400건 발생했고 그중 60% 정도가 기소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2차 피해에도 연간 수백 명이 법정에 나와야 하는 처지라는 게 오 변호사 설명이다.

그는 "법원 성범죄연구회에서 긴급토론회를 했고, 국회 토론회가 예정됐다. 법무부도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실시 중인 아동성폭력 피해자 조사 방안 입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영상녹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마련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과연 인적 물적 자원의 문제, 예산 문제 때문에 얼마나 빨리 잘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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