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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우리'의 투쟁… 한국 정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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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우리'의 투쟁… 한국 정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입력
2022.01.2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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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급진의 20대: K포퓰리즘'
'반대의 서사' '20대 현상'…한국 정치 현주소 분석

2017년 3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3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0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은 '비호감 대선' '급진적 공약' '이남자(20대 남성)' 등이다. 거대 담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거침없는 폭로전과 인기 영합적 정책 공약이 메웠다. '이쪽도 저쪽도 싫다'는 정치 냉소와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의 비호감 경쟁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혼탁 양상이 통제 불능 수준이다.

신간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는 '반대의 서사'에 갇힌 한국 현실정치를 분석한다. 책은 한국의 정당 정치가 '반대'를 통해 '우리 편'을 조직하는 효과적 방식을 찾는 도구로 전락한 것은 이번 정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전한다. 진자 운동처럼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을 오가는 세계 정치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포퓰리즘은 신간 ‘급진의 20대’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이자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는 ‘20대 현상’을 분석했다. 주목을 자본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관종’ 현상을 분석한 ‘프로보커터’(2021)로 화제가 됐던 미디어 문화연구자 김내훈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여러 별칭으로 불리며 한국 사회를 휘젓고 있는 20대를 '포퓰리즘'이라는 렌즈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석사학위 논문을 확장한 책으로, 실제 20대의 다양한 인터뷰를 담았다.

"촛불시위가 한국사회에 요구한 것은 '진보' 아닌 '반보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진보정치에 몸담았다가 정치·사회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의 저자는 '조국 백서'와 '조국 흑서'에 담긴 정치적 담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국 사태'는 진보와 보수의 가치 지향이라기보다 분파의 형성이라 할 만한 한국 정치의 단적인 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지만 촛불시위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 사회적 규칙은 훼손됐다.

민주화 이후 최근까지 한국 정치의 정권교체 과정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가령 1992년 대선에서는 '반독재냐 반공이냐'라는 서로에 대한 반대 구도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 선거의 결과로 집권한 김영삼 정부는 '독재' 프레임을 의식한 '문민정부'를 내세웠다. '서로에 대한 반대'는 정책 입안에도 적용돼 왔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거시경제정책 구호인 소득주도성장도 이전 보수 정권의 '낙수 효과' 경제에 대한 '반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소비됐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또 자리만 바꾸는 공허한 반대가 한국 정치만의 고유한 특성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출현이나 일본 자민당의 극우 행보도 진자 운동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좌우로만 움직여 온 역사로 설명한다.

책은 이번 대선을 넘어 그저 반대로 끝나는 민주주의 체제의 체질적 변화를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시민의 개입과 통제를 거론한다. '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진 지금, '누구에게 권력을 위임할까'만 고민할 게 아니라 스스로 통치자에 준하는 정보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김민하 지음·이데아 발행·288쪽·1만7,000원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김민하 지음·이데아 발행·288쪽·1만7,000원


20대는 혐오의 세대 아닌 '위태로운 세대'

2016년 12월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2월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퇴진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급진의 20대'의 저자가 '20대 현상'을 '포퓰리즘 현상'으로 해석한 것은 '살기 힘들어서 혐오한다' 식의 진부한 명제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책은 지난 20년간 한국의 20대가 희망에서 환멸로, 보수에서 진보로, 혁신의 주체에서 계몽의 대상으로 조급하게 규정돼 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20대 보수화론도 이 같은 섣부른 인식의 연장이라고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혐오의 뼈대인 '우리'와 '그들'의 구분은 포퓰리즘의 본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포퓰리즘은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지만, 크게 보면 사회 지배체제에 문제가 있을 때 분출하는 '인민의 요구'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위선을 향한 청년들의 혐오와 분노는 이들이 호소하는 요구이자 떨림과 몸부림이다. 말하자면 한국의 포퓰리즘은 '부모보다 가난할 최초의 세대'인 이들의 혐오와 분노를 어디로 돌릴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정치 권력 싸움이다.

저자는 이 떨림과 몸부림이 사회 변혁의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좌우 폭이 매우 좁은 정치적 상상력의 공간에서 찾는다. '이념의 박스권'에 갇힌 한국에서 온건·중도 정치가, 변화를 주저하는 점에서 극우보다 더 보수적인 정파로 간주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저자는 20대를 '위태로운 자들'로 명명하면서 표심 공략의 대상으로만 활용할 게 아니라 제도 정치를 재편할 외부의 압력으로 작용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협소한 정치적 상상력을 완벽히 벗어난 급진적인 상상력을 제시하는 담대함을 전제한다면, 20대에서부터 일고 있는 포퓰리즘이 새로운 사회적 투쟁의 출발점이자 동력이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급진의 20대·김내훈 지음·서해문집 발행·256쪽·1만6,000원

급진의 20대·김내훈 지음·서해문집 발행·256쪽·1만6,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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