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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포장에 '단짠단짠'... "애들이 삼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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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포장에 '단짠단짠'... "애들이 삼키면 어쩌나"

입력
2022.01.22 18:00
수정
2022.01.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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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모방 슬라임 장난감 유통
어린이 삼킴 사고 피해 가능성
제품 외관 규제 미흡, 관리 안 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음료수 모양의 어린이 장난감 '슬라임'. 온라인 쇼핑몰 캡처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음료수 모양의 어린이 장난감 '슬라임'. 온라인 쇼핑몰 캡처


"너무 심각한 문제인데요. (포장을)이렇게 해놓고 아이들이 안 먹기를 바라는 게 문제가 있지 않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정진희 교수

알록달록 유명 음료수를 연상하게 하는 포장과 광고문구. 그러나 열어보면 액체 슬라임이 흘러나오는 장난감이다. 자세히 살펴봐야만 슬라임이란 제품명을 확인할 수 있다. 만 14세 미만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거나 흡인한 사고는 2020년에만 2,000건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으로 오인할 만한 포장을 한 장난감이 버젓이 팔리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들을 위협하는 식품 모방 장난감

식품을 모방한 어린이 장난감 '슬라임'을 먹고 응급실에 내원한 아이가 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트위터 캡처

식품을 모방한 어린이 장난감 '슬라임'을 먹고 응급실에 내원한 아이가 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트위터 캡처

최근 이런 우려를 확인시키는 사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목을 끌었다. 음료수와 비슷하게 생긴 슬라임을 먹은 어린이가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글이다. 제품 포장지에는 "단짠단짠"이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제품에는 "맛있는 거 빼 먹어"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SNS 게시글 작성자는 "어른들도 그냥 입에 넣을 것 같이 생겼다"며 걱정했다. 누리꾼들은 "저게 먹는 게 아니라고???"(메**), "규제해야 되는 거 아닌가"(미*), "애기들이 먹을 수도 있을 텐데"(에*) 등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만약 어린이가 슬라임을 삼켰다면 어떤 응급처치와 치료를 받아야 할까.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정진희 교수는 "슬라임의 끈적이는 성질 때문에 섭취 후 후두부 쪽으로 간다면 기도 폐쇄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했다면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처치도 없으며 대변으로 나오길 기다려야 한다. 만약 높은 온도에서 슬라임이 녹는다면 체내에 흡수돼 독성반응을 보일 수도 있으나 이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 교수는 "만 4세 이하에서 이물질 삼킴 사고가 많고 5세 이상도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입으로 물건을 가져간다"며 보호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 혼동 제품, 파우치형 소독제 문제 되기도

지난해에도 식품과 비슷한 형태의 '펀슈머' 제품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말로 소비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소주병 모양 방향제', '특정브랜드 우유 형태의 보디워시'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식품으로 혼동해 섭취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문제가 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펀슈머 제품들에 시정조치를 내리고 판매를 차단했다. 또 소비자원 자체 편의점 협의체에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약외품과 화장품에 대한 법도 개정됐다. 식품으로 오인해 섭취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손소독제와 같은 의약외품의 뚜껑 달린 소용량 파우치 용기사용을 규제했다. 9월부터는 식품의 외형을 모방한 화장품도 규제 대상이 됐다. 치즈 형태의 화장비누, 컵케이크 형태의 입욕제 등이 포함된다. 위반하는 경우 해당 품목의 제조·판매가 1개월간 정지되는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어린이 장난감, 관리·감독은 어디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료수 모양의 슬라임. 온라인 쇼핑몰 캡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료수 모양의 슬라임. 온라인 쇼핑몰 캡처

음료수 병처럼 생겨 논란이 됐던 슬라임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해 KC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KC인증이란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가 출고 전 또는 통관 전에 제품의 안전성을 인증받는 것을 말한다.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담당자는 "유해 물질이 없다고 판단이 됐기 때문에 인증이 된 것"이라며 제품 외관에 문제가 있었다면 주의표시를 기재하라고 안내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식품을 모방한 장난감 외관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었다.

관리·감독을 담당한 부처는 없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는 "슬라임이 의약외품이나 화장품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환경부 보건정책과 관계자 역시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만 안전표시 기준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 장난감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로썬 보호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외에 방법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위해관리팀 관계자는 "지난해 펀슈머 제품 논란 때도 소관 부처가 어디인가를 놓고 문제가 있었다"며 "현재 장난감 외관 표시 문제를 다루는 부처는 없는 걸로 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식품 모방 슬라임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해 조사 진행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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