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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일으키지 마”, 中 호통에 대만과 손잡은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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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일으키지 마”, 中 호통에 대만과 손잡은 슬로베니아

입력
2022.01.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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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대만과 무역대표부 설치키로
中 일대일로 참여해온 우호국가의 '변심'
리투아니아 이어 중·동유럽 탈중국화 가속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지난해 10월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피하고 있다. 당시 유럽연합(EU)은 이사회 의장국이던 슬로베니아 주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회의를 열었다. 류블랴나=AP 연합뉴스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지난해 10월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피하고 있다. 당시 유럽연합(EU)은 이사회 의장국이던 슬로베니아 주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중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회의를 열었다. 류블랴나=AP 연합뉴스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파트너다.”


2019년 12월 슬로베니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보루트 파호르 대통령이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2년여 만에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급기야 슬로베니아는 대만과 상호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타이베이’ 대표부를 ‘대만’ 대표부로 격상해 중국과 얼굴을 붉히다 대사를 맞소환한 리투아니아에 이어 중·동유럽 국가들의 탈중국 러시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는 18일 “대만은 국제 기준과 국제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서로의 영토에 무역대표부를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을 ‘국가’라고 칭한 것은 주권을 인정해 중국이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려는 의도가 깔렸다. 어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도 “슬로베니아와 긴밀한 경제·무역 교류를 해왔다”면서 “세계 민주주의 동맹국과 협력관계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14개 수교국 외에 59개국에 97개 대표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만에 우호적인 국가들이다.

슬로베니아의 ‘변심’은 중국에 뼈아픈 일이다. 슬로베니아는 중국이 중·동유럽 국가(CEEC) 17개국과 2012년 시작한 ‘17+1’ 경제협력체의 핵심국가다. 일찌감치 시진핑 주석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며 중국이 발칸반도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2018년 7월 슬로베니아 유일의 상업항구인 코퍼항과 중국 닝보항 간 협력을 증진하는 협정을 체결하며 유대를 다졌다.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이 지난해 5월 슬로베니아를 방문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지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지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하지만 인접 국가인 리투아니아가 대만과 결속하면서 슬로베니아도 중국에 등을 돌렸다. 지난해 9월 당시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이던 슬로베니아는 중국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중국이 대만 문제로 촉발된 리투아니아와 갈등 끝에 대사를 소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

얀사 총리는 “새로 개설할 무역대표부는 많은 EU 회원국들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만 대표부가 아닌 타이베이 대표부로 명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투아니아가 최근 중국과 격하게 맞붙은 전례에 비춰 ‘대만’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정면 충돌을 감수하는 셈이다. 슬로베니아는 대만과 정상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대만이 가입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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