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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은 인기 잃더라도 더 내고 늦게 받는 연금개혁 즉각 시작해야"

입력
2022.01.20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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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③재정개혁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은 대선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당면 현안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과별로 토론이 진행되며, 회의 결과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재정개혁 주요 제안>

-대원칙: 세입, 세출, 연금 등 패키지 개혁

1. 사회보험 개혁
-가급적 빨리 국민연금보험료 인상 및 수급연령 연장
-건강보험 혜택 축소 조정

2. 조세개혁
-증세 대상은 소득세(면세자 축소)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환경관련세 등 기업 세부담 증가 속도 조절
-환경관련 세금은 환경투자 목적으로 사용

3.지출개혁
-학생수 감소 맞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정 비율 하향 조정
-예비타당성 조사 엄격 적용
-복지지출원칙: 선 중장기 목표 설정, 후 지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가장 튼실한 국가재정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이어 한국이 코로나19 충격을 무난히 넘기고 있는 것도 다 재정건전성 덕분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내내 지출은 팽창을 거듭해온 반면, 연금 개혁이나 지출구조 합리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올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핵심과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경제분과(위원장ㆍ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세 번째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후손들에게 빚더미를 안겨주지 않으려면 차기정부에선 조세 지출 연금 등 '패키지' 재정개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방향으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한 증세 △국민연금 수령시기의 연장 및 보험료 인상 △건강보험 혜택 재조정 △조세 지출ㆍ비과세 감면 등 누수 요인 정비를 권고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3차 회의. 회의 시작 전 김상봉(한성대·왼쪽부터), 김동헌(고려대), 성태윤(연세대), 김진영(건국대), 박철성(한양대) 교수 등 분과위원들이 환담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3차 회의. 회의 시작 전 김상봉(한성대·왼쪽부터), 김동헌(고려대), 성태윤(연세대), 김진영(건국대), 박철성(한양대) 교수 등 분과위원들이 환담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추세로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8년 이내에 한계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일단 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미루면 나중에 폭탄이 돼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는 성태윤 교수, 김상봉 교수, 박철성 교수와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일보 조철환 논설위원(간사)이 참석했다.

지금 지출속도면 8년 내 재정한계 봉착

김상봉 교수

김상봉 교수

김상봉 교수=대선후보 간 조세ㆍ재정정책 기조가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적극적 확장 재정으로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윤석열 후보는 쓰더라도 과도한 국가채무는 지양한다는 방향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둘째, 국가채무가 굉장히 악화하고 있다. 국가채무(D1, 중앙+지방정부 부채) 전망치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의 58.8%. 국제비교에 쓰이는 일반 정부부채(D2)로 따지면 4년 후 71.3% 정도 되는데 이는 OECD 단순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공공부문까지 포함시킨) D3다. 이게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70%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얼마나 재정을 더 쓸 수 있는지는 학자마다 다른데, 한계채무비율을 130%에서 170% 정도로 보고 있다. 평균 146%로 감안하면 약 8년 남은 것 같다. 지금 속도로 적자 내면 8년 정도에 한계상황이 온다는 얘기다.

김동헌 교수

김동헌 교수

김동헌 교수=세금을 거두는 조세부분도 문제다. 부동산 세제가 시장 원리에 반하고 조세원칙에 맞지 않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도 문제다. 한 종목을 10억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가 된다. 그래서 이듬해에 주식을 팔면 양도차액의 20%, 3억원 이상이 되면 25%를 세금으로 낸다. 사람들이 이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필요 없는 거래를 하게 된다. 게다가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된다. 5,000만 원 이상 초과 수익에 대해 20% 소득세를 내게 된다. 대주주 양도세는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도 문제가 많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교부한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교육부문에 배정된다. 학령인구는 2000년 811만 명에서 2020년 546만 명으로 급감했는데, 교부금은 11조3,000억 원에서 53조5,000억 원으로 4.7배나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부금 비율의 조정이 필요하다.

명확하게 최적의 재정 수준이 어느 정도라는 건 정답이 없다. 각국 경제상황과 성장률, 세수구조를 봐야 하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봤을 때 독일처럼 헌법에 명시한다든지 재정건전성 확보하는 방안을 우리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포퓰리즘적 예산 운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 세대가 폭탄을 안게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사회보험료 안 올릴 수 없어

박철성 교수

박철성 교수

박철성 교수=근로소득세 면세자가 전체 근로자의 40~50% 정도에 달하는데,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세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효세율도 2013년 4.9%에서 2018년 7.7%로 올라가는 추세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 간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추세다. 지역 격차의 확대와 인구 변동으로 세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지역들이 급증할 것이다.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문제도 곧 닥쳐올 문제다. 결국 사회보험료를 인상하고 재정 수입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부분이다. 문재인정부 초기에도 이 이슈가 제기됐지만,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 것으로 덮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의 제안이 나오면 반드시 수용했으면 한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으니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리 약속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의 조정이나 향후 4~5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에 대한 방안을 과감하게 열어 놓고 봐야 한다.

성태윤 교수

성태윤 교수

성태윤 교수=재정문제가 나오면 대개 세대 갈등을 얘기하는데, 이젠 세대 간 갈등까지 가기 전에 현 세대에도 바로 타격을 입을 정도의 상황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시장에서 일종의 구축 효과 내지는 물가 압력이 생기고 있는데, 국가부채 문제와 상당히 관련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들의 소득과 재산을 이동시키고 있는데, 차기 대통령은 유의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같은 것을 면제하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타 제도가 생긴 건 효과적으로 재정지출을 하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예타면제 남발을 중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지출에는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김진영 교수

김진영 교수

김진영 교수=현실적으로 코로나를 겪으며 재정의 역할을 줄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 받아들이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복지 국가의 모습은 그려놓고 가야 한다. OECD 평균 대비 우리 복지수준이 재정 규모에 비해 낮다. 우리 나라의 현재 조세부담률로 고복지로 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른바 중복지에는 어떤 기반이 필요할지 얘기해봐야 한다. 종합적으로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겠지만, 고령층에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는 복지 시스템은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우려되는 건 건강보험이다. 계속 적자로 갈 것이다. 우리는 자잘한 데 너무 많이 쓰고 있다. 지나치게 재정 부담을 많이 주는 건 민간 쪽으로 넘길 부분도 있다.

재정지출을 할 때는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따져야 한다. 농업 보조금이 농민을 위한 것인지 농기계 회사를 위한 것인지를 따지고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그렇다. 사람에 대한 복지지출은 늘리되, 기업복지를 위한 재정지출은 줄여야 될 필요가 있다.

복지와 조세는 같이 가는 패키지다. 만약 복지 지출이 늘어난다면 지금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분들을 포함해서 중간계층도 더 내도록 해야 한다. 소득세 다음으로는 부가가치세 부분에서 늘릴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세율을 올리기 전에 재정의 누수 요인이라고 하는 조세지출, 비과세감면에 대한 형평성을 조정해야 한다. 지금 언급된 것들은 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정말 국가의 지도자라면 장기적 식견을 갖고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어도 해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된다.

진짜 복지지출과 포퓰리즘 지출 구분해야

성태윤 교수= 혼동하지 말아야 되는 게 진정한 복지지출과 대중 영합 정책과의 차이다. 진짜로 제대로 된 복지를 하는 거는 대중영합정책이라고 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복지라고 돈을 주고 있다고 해서 모두 대중 영합이 아니다. 복지정책으로서의 실제로 목표를 거두지 못하면서 돈을 나눠 쓰는 형태가 되는 건 곤란하다. 특히 ‘조세귀착’과 ‘지출귀착’의 괴리가 중요하다. 세금을 부과했을 때 당사자가 내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되기도 하는데, 지출도 마찬가지로 돈을 지원하는 곳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귀착되는지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박철성 교수=일단 국민연금 보험료는 올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어 보험료 인상을 미루다 보면 결국 나중에 폭탄이 돼서 돌아오게 된다. 일단은 연금 보험료 인상부터 어떻게든 추진해서 사람들이 보험료가 오를 거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도 올려야 한다. 유럽 미국 등 모든 나라들이 올리고 있는 추세다. 그렇게 되려면 노동시장에서 정년 연장이라든가 이런 부분도 논의를 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결국 고용이 창출돼야 되는데 안 되는 이유가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기업들이 사람들을 사용하는 걸 너무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고령층은 일의 가치에 비해 급여를 너무 많이 주고 있다고 여긴다.

성태윤 교수=국민연금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고연령자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동시장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재정 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을 보면 겉으로는 건전해 보이다가 순식간에 재정이 악화된다. 연금도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거의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이 된다.

김상봉 교수=(과도한 부채가 위기로 번질) 한계채무 수준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비교하기 어렵다. 남유럽 국가는 예컨대 D1이나 D3가 45%가 돼도 부채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일본은 그 비율이 훨씬 높아도 안 온다. 발행된 국채를 누가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일본은 국채 대부분을 국민이 갖고 있다. 그래서 한계채무라는 것은 국가들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고령화에 따른 위험을 가중하기 위해 보통 부채비율을 20%포인트 정도 높인 뒤 계산하는데, 그랬을 때는 다른 나라하고 비교했을 때 부채수준이 높지는 않다. 문제는 사람들이 D3를 가지고 얘기를 거의 안 한다는 점이다. D1, D2만 가지고 얘기를 한다. 게다가 D3에는 금융 공기업의 채무는 빠져 있다. 사실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상당히 국가 채무비율이 높을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하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시스템에 맞게 각각 130~170% 정도를 고령화까지 포함한 한계수위로 잡고,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동헌 교수=독일은 헌법에 대략 60% 정도로 GDP 내 국가 채무비율을 정해놓고, 명시적으로 행정부가 관리한다. 코로나19로 주요국이 크게 재정을 확대한 뒤, 대부분 선진국가들은 향후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굉장히 반대로 가는 상황이다.

재정지출 문제에서 잠재적 폭탄으로 올 수 있는 게 양극화다. 기업들도, 개인들도 양극화가 훨씬 심해졌다. 코로나19로 국가의 여러 가지 기능이나 요구들이 확대되어 가니까, 과대해진 정부가 자꾸 민간의 영역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기 어렵더라도, 중·장기적 재정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차기 대통령은 강한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법인세가 있다. 우리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7년 3.4%, 2019년 4.4%인데 OECD 평균은 약 2.9%다. 법인세 부담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ESG 경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 법인세 부담까지 늘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인세 탄소세... 기업 세부담 갈수록 커져

성태윤 교수= 최근 이슈가 되는 게 ESG 분야의 환경관련세금이다. 예컨대 탄소세를 걷어서 어떤 재원으로 쓰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탄소세는 걷을 필요는 있겠지만, 어느 분야에 그 세원을 투입하는지가 중요하다. 환경친화적 투자를 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거나, 일자리를 만들도록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 소세를 걷어서 다른데 쓴다면, 재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분야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김진영 교수= 재정이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격차가 상당히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고 있다. 취약지역에 대한 교육공급을 고급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 튜터링이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이런 걸 공교육이 껴안아서 저렴한 비용으로 취약계층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받을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다음은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다. 평생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재교육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은데, 지금 재교육 수준은 질이 높지 않다.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이용한 재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부처간 칸막이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노동과 교육이라는 것을 이분법으로 긋지 말고 평생교육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조철환 에디터 겸 논설위원
정리 김세인ㆍ김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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