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에 한정됐던 할랄 인증, '물·커피'까지
할랄시장 2023년엔 3,600조원까지 커질 듯
높은 출산율·빠른 경제성장률에 "기회의 땅"
지난해 기준 인구 18억 명을 돌파한 데다 합계출산율은 3명이 넘는 무슬림 시장을 향한 국내 유통업계의 '러브콜'이 거세지고 있다. 고기 성분이 포함되는 라면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생수, 홍삼 캡슐, 분유 등 '할랄(Halal)' 인증을 받는 식품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 아프리카까지 국내 업체들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허용'이라는 뜻의 할랄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생산되거나 처리, 가공된 것을 뜻한다. 원재료부터 생산,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돼지고기와 술, 피 등 이슬람 문화에서 금지하는 것과 일절 접촉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꼼꼼한 인증이 필수다. 수년 전만 해도 라면 등 돼지고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가공식품에 한정됐던 할랄 인증은 최근 '물'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식음료품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17일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HAS(Halal Assurance System)'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국내 먹는샘물 업계에서 HAS 인증을 받은 건 제주삼다수가 처음이다. 할랄 인증을 위해서는 물과 직접 접촉한 생산 설비, 여과 필터, 자외선(UV) 램프 석영관 재료에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할랄 인증을 받는 식품 종류는 다양하다. 지난해 hy(전 한국야쿠르트)는 수출 주력 품목인 '콜드브루 아메리카노'에 대한 할랄 인증을 마쳤다. 대상은 김치와 고추장 등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고,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파키스탄 수출을 위해 수출 분유 '뉴본(Nubone)' 상품의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고려인삼연구의 홍삼캡슐은 기존 돼지 젤라틴이 쓰이던 캡슐을 할랄 검증을 마친 소 젤라틴으로 바꾸면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업체들이 할랄 인증에 집중하는 이유는 빠르게 커지고 있는 할랄 시장 때문이다. 미국 조사기관 퓨(Pew) 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8억7,600만 명(세계 인구의 약 24%)에 달했는데 2030년에는 22억 명, 2050년에는 3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약 1조1,700억 달러(약 1,400조 원)였던 글로벌 할랄 식품 산업 규모는 2023년 3조 달러(약 3,600조 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할랄 시장에 있는 또 다른 기회는 '젊음'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민 평균 연령이 30세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의 96.5%가량(약 2억 명)이 무슬림인 파키스탄만 해도 30세 이하 비중이 무려 63%에 달한다. 이들의 구매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무슬림 양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2016~2019년 4년 연속 4~5%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통업체들에게 '새로운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우리나라를 넘어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며 "할랄 식품과 대체육 등 무슬림 시장을 노리는 상품 개발이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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