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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대통령 전용기

입력
2022.01.1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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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공군 1호기'로 불리는 신형 대통령 전용기 모습. 뉴스1

'공군 1호기'로 불리는 신형 대통령 전용기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6박8일간의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임기 마지막일 가능성이 큰 이번 순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새 대통령 전용기다. ‘공군 1호기’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가 11년여 만에 교체돼 첫 임무에 나섰다.

□ 새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8i 기종으로 보잉사의 최신 여객형 항공기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도입된 구 전용기인 747-400 기종보다 덩치가 더 크고 속도와 운항 거리가 증가됐다. 1991년부터 사용돼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도 이 기종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미국의 ‘에어포스 원’이 부럽지 않지만 미국 행정부는 이 기종을 2대 구입하는 반면, 우리는 5년간 총 3,002억여 원의 가격으로 임차하는 형태다. 미국이 자가 소유라면 우리는 아직 전세인 셈이다.

□ 우리 정부가 ‘전세 대통령 전용기’를 갖춘 것만 해도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전용기 자체가 없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시 국적 항공사 여객기를 임시로 빌려 사용했다. 일종의 월세였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할 때는 국적 항공사가 없어 월세조차 마련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서독 정부의 배려로 루프트한자 여객기를 타고 민간 여행객들에 섞여 여러 도시들을 경유한 뒤 28시간 만에 서독 땅을 밟았다.

□ 어찌 보면 대통령 전용기 속에 한국의 발전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 국격에 맞게 전세가 아니라 직접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때가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새 전용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보잉사와 실랑이를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쌀 경우 굳이 구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국격을 감안하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전용기 도입을 추진할 때 반발했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자 입장을 바꾼 것처럼 대통령이 싫다고 전용기를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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