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규모 적자 이어 올해도 적자 예상
유동비율·당좌비율 기준선 한참 밑돌아
단기 유동성 위기 우려,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대우조선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본 걸로 추정되는 대우조선은 자본확충이 시급한데, 합병이 어그러지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적자금을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빨간불 켜진 대우조선 재무구조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3,000억 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3~4년 전 극심한 일감 부족에 시달린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 규모(4조3,000억 원)가 1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박의 주재료인 후판값 급등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 모두 지난해 후판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실적에 타격을 보긴 했지만, 대우조선이 받은 타격이 유독 컸을 거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298%다. 2020년 말(167%)에 견줘 130%포인트 급등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도 1,500억 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310% 선을 훌쩍 넘을 걸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빚을 갚기 위한 현금 조달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우조선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93%, 당좌비율은 78%로 나타났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인 유동비율은 1년 내 갚아야 할 빚보다 들어올 현금이 얼마나 많은지를 살피는 지표다. 당좌비율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재고자산을 제외하고 산출한 수치인데, 유동비율보다 더 보수적인 지표다.
보통 유동비율은 150% 이상, 당좌비율은 100% 이상이면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하는데 대우조선은 모두 기준선을 한참 밑도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 3,5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44%, 유동비율 133%, 당좌비율 117%로 양호한 수준이다.
"단기 유동성 가능성"…2.9조 정부 대출에 손댈까?
대우조선은 지난해 목표치(77억 달러)를 40% 웃도는 108억 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이 때문에 올해 적자 폭이 줄고 내년부터 흑자 전환(500억 원 순이익)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실제 매출에 반영하기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데다, 단기 차입금, 선박 건조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한 차례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자본이 2조5,000억 원 수준이라 당장은 잠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유동비율 등을 감안할 때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역시 이런 우려를 고려해 현재 대우조선에 2조9,000억 원 규모의 한도대출을 내준 상황이다. 대우조선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애초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5,000억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었는데, 이 같은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결국 대우조선은 정부의 공적자금에 손을 벌릴 상황에 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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