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소설가 너도나도 ‘산문집’ 출간…핵심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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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너도나도 ‘산문집’ 출간…핵심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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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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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차도하 시인은 지난달 첫 책으로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을 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차도하(23) 시인은 최근 등단 2년 만에 첫 책을 냈다. 이제 막 작가로 첫발을 뗀 시인의 첫 책은 시집이 아닌 산문집. 지난달 출간된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에서 젊은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남을 읽고 싶다는 마음, 남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 이 두 마음은 한패다. 그래서 에세이를 쓴다."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33) 시인 역시 두 달 간격으로 시집과 산문집을 나란히 냈다. 2020년 4월 첫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가 나오고 두 달 뒤인 6월 산문집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이 출간됐다. 사실상 첫 시집과 산문집이 거의 동시에 나온 셈이다.

전문 작가부터 유명인, 화제의 인물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라도 에세이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문학 작가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에세이 저자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김소연의 '마음사전',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처럼, 유명 작가라면 베스트셀러 산문집도 한 권쯤은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은 2020년 두 달 간격으로 시집과 산문집을 나란히 출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이 같은 작가들의 산문집 출간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만 해도 문학 작가들의 산문집 출간은 본업인 시와 소설을 쓰고 난 후에 하는 '외도' 정도로 여겨졌다. 본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후 한숨 돌리며 내는 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암묵적 경계가 사라졌다. 창작집이 한 권뿐이라도, 창작집이 한 권도 없어도 얼마든지 산문집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아래 자연히 시인과 소설가들의 산문집 출간도 늘어났다. 최근 6개월간 산문집을 출간한 소설가와 시인만 해도 스무 명이 넘는다. 이소호, 박준, 박서련, 김중혁, 백민석, 신해욱, 정소연, 차도하, 성동혁, 안희연, 김현, 정현우, 최현우, 황정은, 유계영, 정지돈, 김복희, 유진목, 박민정, 유희경, 박연준 등이 산문집을 출간했다. 이 중 과반이 '첫 산문집'이다. 1989년 출간됐던 최승자 시인의 첫 산문집이 복간되는가 하면, 2020년 세상을 떠난 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집도 출간됐다.

최근 출간된 시인, 소설가들의 산문집. (왼쪽 위부터) 이소호 시인, 박준 시인, 박서련 소설가, 김중혁 소설가, 성동혁 시인, 정현우 시인, 황정은 소설가, 정지돈 소설가의 산문집.

출판사 입장에서 작가들의 산문집은 '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문학 출판 시장은 줄어든 반면 에세이 시장은 커진 상황에서, 문학 작가는 에세이 저자로서 '흥행 보증 수표'는 아닐지언정 최소한 '품질 보증 수표'는 되기 때문이다. 문학동네나 창비 같은 대형 출판사는 '주간 문학동네'나 '스위치'처럼 자체 에세이 연재 플랫폼을 운영하며 에세이 바람에 불을 지폈다.

작가들의 에세이 출간이 늘어난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도 한몫을 했다. 정지돈 작가의 산문집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을 책임 편집한 문학동네의 강윤정 편집자는 "예전에는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심리적 장벽이 있었다"며 "반면 최근에는 작가들 역시 SNS를 통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에세이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한 솔직한 글쓰기에 익숙해진 작가들에게는 시나 산문이나 같은 글쓰기"인 셈이다. SNS에 친숙한 젊은 작가들의 산문집 출간이 특히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문학동네는 2020년 장편소설과 산문 연재 전문 웹진인 '주간 문학동네'를 통해 작가들의 다양한 산문을 선보였다.

단, 작가들의 산문집 출간이 특이점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산문집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과 시집 '이다음 봄에 우리는'을 낸 유희경 시인은 "에세이는 자신만의 특화된 요소가 있는 저자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인데 시인이나 소설가의 에세이는 주제적으로 오히려 평이하다"며 "기획력이 부족한 작가들의 에세이에 독자들이 점차 물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동안 계속됐던 에세이 열풍 자체도 최근 들어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교보문고 판매 동향에 따르면 한동안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던 에세이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8.6% 하락했다. 반면 출간 종수는 5.2% 신장했다. 읽는 사람은 줄었는데 내는 사람만 늘어난 셈이다. 에세이 독자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작가 에세이 역시 '작가'라는 타이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강윤정 편집자는 "에세이의 길이를 늘린다거나 사적인 얘기보다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등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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