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 선수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도 K리그 영건들이 중심이 된 벤투호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희망을 밝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 8차전을 앞두고 '청신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랭킹 33위)은 15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이슬란드(62위)와의 친선전에서 5-1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조규성 권창훈(이상 김천상무) 백승호(전북)의 연속골로 3-0으로 앞섰고, 후반에도 김진규(부산)와 엄지성(광주)이 쐐기골을 넣으며 크게 이겼다. 권창훈을 제외한 4명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A매치에서 최다골 차(4골) 승리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2년 5월 16일 부산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3골 차(4-1)로 이긴 것이었다.
핵심 전력인 유럽파들 없이 2022년 처음 치른 A매치에서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지운 쾌승이다.
벤투 감독은 기존 포백의 포맷 속에 중원에 김진규 이동경(울산) 백승호 등의 새로운 조합으로 아이슬란드를 상대했다. 선수 구성은 다소 바뀌었지만 벤투호는 기존에 보여줬던 '빌드업' 축구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측면 크로스뿐 아니라 2선에서 빠른 논스톱 패스와 스위칭을 통해 공간을 창출했고, 최전방에 위치한 조규성부터 시작되는 전방 압박도 돋보였다. 선제골 장면에서 수비 뒤공간으로 때려준 김진규의 패스를 조규성이 마무리 지은 것과 전반 이동경의 킬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한 권창훈의 득점 모두 벤투 감독이 이전부터 여러 차례 강조했던 장면이다.
꾸준히 대표팀에 뽑히며 기회를 얻고 있는 조규성은 벤투 감독 특유의 빌드업 축구가 대표팀에 잘 뿌리 내렸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조규성은 "벤투 감독님이 미팅 때나 훈련 때 하고자 했던 전술적인 부분이 잘 맞았다"면서 "너무 급하게 공격하려고 하지 않고 미드필더나 수비 지역에서 볼 소유를 하면서 상대를 지치게 했다. 덕분에 골도 쉽게 넣을 수 있었고 경기력에서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도 만족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일주일 남짓 짧은 훈련 시간에도 선수들이 공수에 걸쳐 주문했던 것을 잘 이행해줬다”고 엄지를 세웠다. 최근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튼)이 소속팀에서 각각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새 얼굴의 등장은 벤투 감독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황희찬의 합류가 가능한지 다음 주까지 살펴보고 만약 최종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대안을 찾겠다"며 "(몰도바와의 평가전이) 앞으로 일주일 남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다음 경기 출전 선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표팀은 21일 같은 장소에서 몰도바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 뒤 오는 27일 레바논, 내달 1일 시리아와 차례로 월드컵 최종예선 7, 8차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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