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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직원들의 겸업을 막지 말라

입력
2022.01.15 0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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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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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업 허용 vs 겸업 금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판교의 유명 게임회사에서 정규직 개발자로 살아가는 김영수씨는 회사에서 크게 튀지도 부족하지도 않으며, 보통 이상의 수준으로 일을 처리한다. 그는 본인이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근무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는 정도로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퇴근 후에는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 본인의 개발 역량을 활용해 틈틈이 다수 스타트업의 외주 업무를 소화하고 부수입을 올린다. 개발자로서 책을 쓰고 소규모 강연도 진행하며 여기서도 부수입이 발생한다. 주말에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배달을 한다. 이런 영수씨의 행동은 정당한가?

위 사례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로서, 대중의 의견을 묻고자 쓴 가상의 사례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이 글에는 이런 겸업 활동이 정당하냐를 두고 투표가 붙어 있었는데 총 154명의 투표자 중 90%가 근무 외 시간을 활용한 일이면 겸업을 해도 무관하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보통의 MZ세대 직장인이 가진 생각이다.

기업은 무슨 근거로 근로자의 겸업을 막을까? 기업과 근로자는 임금과 업무를 상호 교환하는 계약 관계인 만큼 계약의 매개체인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가 다른 일에 노력을 투입하면 본업의 성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기업은 우려하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회사 임금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도 주택 마련 및 노후 대비가 가능했으며 승진의 자아실현 효용이 크던 시절에는 이런 겸업 금지 조항이 큰 문제가 없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근로자 입장에서 소득이 부족하다. 내가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투입하는 노력에 비례해서 소득이 상승할 수가 없다. 조직원으로서 맡은 역할이나 임금 테이블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평범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날아가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자조가 나올 만큼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영수씨처럼 근무 시간에 해낼 수 있는 수준 정도로만 일하고, 부수입을 올리거나 재테크에 매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소득 차원만이 아니다.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들의 자아 효능감을 위해서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는 필요하다. 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열정과 도전 욕구가 층층시하의 회사 구조에 막히는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회사 일에 열정을 잃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열정 있는 직원을 잃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이기 때문에, 이미 해외 유명 IT 기업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권장하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겸업을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IT 업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한데, 개발자가 당장의 회사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운영 업무에만 매진하는 것보다 적당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시야를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도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본업을 좋아하지만 꿈도 많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은 개인으로서 보다 유연한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묻고 싶다. 겸업 금지 조항은 현 시대에 맞는가? 이제는 달라진 시대에 맞는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지 않을까?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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