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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들의 플라스틱 줄이기는 명절 이벤트?

입력
2022.01.1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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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판매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판매대. 연합뉴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 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다. 비교적 비싼 선물세트를 대량 판매할 수 있는 명절은 기업이 매출을 올릴 중요한 시즌이다. 식품제조사 중 매출 1위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캔 햄(스팸)의 연간 총매출 가운데 60%를 설과 추석에 달성할 정도다.

문제는 명절 선물세트에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최근 몇 년간 친환경 경영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노력이 시작됐다. 작년 추석, CJ제일제당은 스팸의 노란 뚜껑을 제거하고 종이 쇼핑백을 사용해 재작년 추석 대비 467톤의 플라스틱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동원 F&B는 선물세트 플라스틱 트레이 무게를 평균 10% 줄여 연간 약 75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명절 기간에 시도하는 노력들은 실제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명절이라는 짧은 시기에 극히 일부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감축은 많은 한계를 지닌다. 세계경제포럼은 실효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05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의 세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분야보다 식품제조업계의 변화가 절실하다. 그린피스가 작년 11월에 발간한 보고서 '2021년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에 따르면, 조사 기간에 발생한 가정집 플라스틱 쓰레기의 78.1%가 식품 포장재였다. 국내 5대 식품제조사인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농심, 오뚜기, 동원F&B가 지난해 그린피스에 제공한 플라스틱 정보에 따르면, 5개사의 평균 플라스틱 감축량은 전체 사용량의 5% 내외로 상당히 미미했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문제의 주된 원인이 기업에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원인으로 기업의 과대 포장 및 과다 사용을 꼽았다. '명절용 반짝상품'과 '일회성 홍보 마케팅'이 아닌 근본적 변화를 기업에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365일 내내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선행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플라스틱 양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둘째,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재사용 가능한 재질을 개발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때, 우리 사회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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