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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희롱 피해자 특정 없는 징계는 방어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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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희롱 피해자 특정 없는 징계는 방어권 침해”

입력
2022.0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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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목격자 특정 안 된 해임처분에 취소소송
"증인신문 신청 기회 박탈… 반대신문권 보장해야"

서울고등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고등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징계하면서 피해자를 특정해주지 않은 것은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김시철 이경훈 송민경)는 검찰 공무원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 취소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던 A씨는 성희롱 등 품위유지 위반 13건, 우월적 지위·권한을 남용한 부당행위 등 품위유지 위반 19건, 공용물 사적 사용 등 품위유지 위반 1건 등 총 33개 비위사실이 인정돼 2019년 해임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감찰 과정에서 A씨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다른 비위를 본 목격자 등 최소 16명 이상을 확보해 징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의 인적사항을 A씨에게 설명하지 않고 비실명처리했다.

A씨는 검찰이 피해자 진술 등에 기초해 편향적으로 조사해 “방어권을 침해한 절차적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신원을 밝히기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진술이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전언에 근거해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아도 A씨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찰과 행정소송에서 검찰총장의 행위는 원고(A씨)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위법할 뿐 아니라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징계 사유가 고도의 개연성이 있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동료인 피해자 등의 인적사항을 전혀 특정하지 않아 원고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 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반대신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근거로 최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을 녹화한 동영상을 증인신문 없이 증거로 채택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문제 되는 피해자 등은 모두 원고와 같은 검찰청에 근무한 공무원"이라며 "미성년 피해자가 문제된 사건에서조차 헌재는 피고인 반대신문권을 박탈하는 게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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