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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감감' 화재는 '계속'…신성장동력 ESS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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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감감' 화재는 '계속'…신성장동력 ESS 빨간불

입력
2022.01.1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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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또 ESS화재…2017년 전북 고창 이후 33번째
정부 기존 화재조사에서 엇갈린 원인 규명 '혼란 가중'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관리 강화 3차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울산 ESS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던 ESS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 풍력발전 연계용 ESS 화재 이후 33번째 화재로, 그간 화재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발생했다.

13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SK에너지 울산공장에 설치된 50MWh규모 ESS 설비에서 불이 나 8시간여 만에 꺼졌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이 화재감지기 소리를 듣고 육안으로 불꽃을 확인한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배터리 셀 1,932개가 타는 등 ESS 설비가 있는 3층짜리 건물이 전소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업계는 재산 피해액을 10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고, 붕괴 우려가 있어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며 “조사를 하더라도 명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7년 8월 전북 고창을 시작으로 2018년에만 16건이 발생하는 등 이번 울산을 포함해 모두 피해액 1조 원에 이르는 33건의 화재가 났지만, 뚜렷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

반복되는 ESS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2019년 1월 발족한 조사위에서는 23개 사고현장 중 20건이 충전완료 후 대기 중 또는 충방전 과정에서 났다는 점을 들어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등 '부실한 운영'을 화재 원인으로 발표했다. 이후 5건의 화재가 더 발생하자 같은 해 말 다시 2차 조사위를 꾸렸고, 1차와는 전혀 다른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해 업계에 혼란을 일으켰다. 2020년부터 지난해 사이 발생한 화재 4건을 두고 지금도 3차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오는 4월에나 발표될 예정이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에서 발전되거나 전력계통으로부터 공급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 필요할 때 공급해 주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2017년 6월 탈원전을 공식 선언한 후 ESS보급을 늘려왔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핵심 장치다. 전기요금 할인특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혜택 등 보급 지원정책에 힘입어 2016년까지만 해도 263개에 불과하던 ESS설비는 2018년 5배가 넘는 1,495개로 늘었다.

반도체를 이을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듯했던 ESS는 잇따른 화재에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발목을 잡혔다. 그사이 ESS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내 신설된 ESS 설비는 100여 개로 2018년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내놓은 화재 발생 건수 감소 추이는 사실 착시효과”라며 “시장이 위축되면서 화재 발생이 줄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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