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된 70억弗 원유 대금 여파 주목
정부가 이란 가전업체와 투자자ㆍ국가간소송(ISD)에서 패소한 대가로 줘야 하는 73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할 길이 열렸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로 2년 넘게 막혔던 송금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국내 은행에 동결된 70억 달러(약 8조3,800억 원) 규모의 이란 원유수출 대금 문제도 실무협의체를 꾸리기로 하는 등 양국관계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12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란 다야니 가문 배상금 송금에 필요한 특별허가서를 6일 자로 발급했다”고 밝혔다.
다야니는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을 소유한 가문이다. 다야니 측은 2010년 자산관리공사가 최대주주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계약금 578억 원을 냈다. 하지만 이들이 가격을 깎으려 하자 채권단은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몰취했다. 이에 다야니는 2015년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를 돌려달라며 ISD를 제기했고 2018년 승소했다. 취소 소송을 낸 한국 정부는 2019년 12월 최종 패소해 730억 원을 다야니에 물어줘야 했다.
배상 절차는 미국의 금융제재로 헝클어졌다. 다야니가 원하는 달러로 배상금을 주려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거쳐야 하는데, 2018년 미국이 대이란 금융제재를 복원한 터라 금융기관들이 중개 역할을 꺼린 것이다. 이번 허가서는 한국이 미국 금융시스템을 활용해도 된다는 일종의 보증서인 셈이다.
이번 조치가 국내에 묶여 있는 70억 달러어치의 이란 원유대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유수출은 미국이 직접 관할하는 분야라 미ㆍ이란이 절충점을 찾아야 해결이 가능하다.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결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지난주 열린 JCPOA 협상에서 미국의 긍정적 반응이 나온 만큼 진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외교부는 앞서 7일 금융제재 해제 시 이란과 동결자금 송금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합의 모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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