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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 사지 말고 뜨세요" 2030 사로잡은 손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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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 사지 말고 뜨세요" 2030 사로잡은 손뜨개

입력
2022.01.17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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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유튜버 '김대리' 인터뷰

'김대리의 쉽게 뜨는 요즘 니트(웅진리빙하우스 발행)' 저자이자 구독자 23만 명의 뜨개 유튜버 '김대리'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바늘이야기 사옥에서 직접 뜬 니트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김대리의 쉽게 뜨는 요즘 니트(웅진리빙하우스 발행)' 저자이자 구독자 23만 명의 뜨개 유튜버 '김대리'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바늘이야기 사옥에서 직접 뜬 니트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바늘 2개와 실만 있다면 불가능이란 없다. 머리부터 목까지 이어 감싸는 방한모인 바라클라바부터 니트웨어, 가방까지… 뜨개질은 더 이상 중년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3년 새 뜨개질 인구가 20~30대 여성으로 확 넓어졌다. 손뜨개전문기업 바늘이야기의 마케팅 담당 대리이자, 구독자 23만 명을 끌어모은 뜨개 유튜버 김대리(유튜버명·26)는 뜨개질 인구를 젊은 층으로 확대한 일등 공신이다. 그를 바늘이야기 사옥에서 만나 MZ세대가 빠진 뜨개질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의 딸인 그는 2018년 1월 손뜨개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업력 20년의 바늘이야기는 업계 1위로 안정적이었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정체기였다. 40~60대가 주축인 뜨개 시장에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했다. 답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젊은 감각에 맞는, 내가 입고 싶은 디자인을 내놓는 것. "옷장을 열고 무슨 옷 입나 하고 봤는데 아무 무늬 없는 니트뿐이더라고요. 그런데 뜨개를 잘하는 분들은 민무늬 니트는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실력을 보여주려면 꽃도 달아야 하고, 구멍도 내야 하고, 배색도 해야 하고, 점점 더 어려운 '작품'을 만들다 보니 소비자와 멀어졌던 거죠." 그는 "작품성만 생각하지 않고 상품성을 고려하니 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 새 뜨개질 시장에 20, 30대 여성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MZ세대는 뜨개질의 매력을 한 번 빠지면 끊임없이 배우고 무엇이든 만들게 되는 무궁무진함을 꼽는다. 손뜨개로 만든 장갑. 바늘이야기 제공

최근 3년 새 뜨개질 시장에 20, 30대 여성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MZ세대는 뜨개질의 매력을 한 번 빠지면 끊임없이 배우고 무엇이든 만들게 되는 무궁무진함을 꼽는다. 손뜨개로 만든 장갑. 바늘이야기 제공

그도 처음부터 손뜨개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어렸을 적 한 번 해본 뒤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직업이 된 이상, 배워야 했다. 그는 뜨개 초보인 본인 눈높이에 맞춰, 브이로그 등 다양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기존 '손 빠른 고수'들과 달리, 20대 여성이 일상에서 뜨개질을 취미로 하는 모습에 구독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 젊은 층이 뜨개 업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바늘이야기의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5년 전만 해도 20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30%까지 늘었다. 30대까지 합하면 절반을 상회한다.

2030세대가 꼽는 뜨개질의 매력은 무궁무진함이다. 배울 것도, 만들 것도 끝이 없다.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뜨개 기법만 100여 가지다. 작업을 마칠 때마다 오는 성취감도 크다. 여타 취미처럼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데다 준비가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김대리는 "뜨개질은 책처럼 내 머리맡에 두고 마음만 먹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다"며 "사람들 마음에 안정을 주는 데 굉장히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손뜨개로 만든 바라클라바. 바늘이야기 홈페이지 캡처

손뜨개로 만든 바라클라바. 바늘이야기 홈페이지 캡처

어디서도 살 수 없는, 진짜 나만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뜨개질의 또 다른 매력이다. "어느 순간 자기만의 실 조합을 하게 돼요. 똑같은 도안을 보고 뜨더라도 실은 다르게 할 수 있거든요. 여기저기서 파는 실을 한 겹으로 만들어 뜨기도 하고, 직접 염색하는 분도 있고요. 내가 좋아하는 실로 시간을 들여 만든 물건이라 당연히 애착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그는 보기 드문 '모녀 기업'이라는 정체성에 자부심이 크다. 앞으로 바늘이야기가 뜨개 교육·창업 지원을 통해 여성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뜨개 시장 수요자는 여성이 98%인데, 관련 업계 대표는 거의 남성이에요. 여자가 돈 쓰는 시장, 여자가 돈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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