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이상직 의원 법정구속
재판부 "피해 규모 크고 부하들에 책임 떠넘겨"
12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 재판부는 550억 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연합뉴스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강동원)는 12일 550억 원대 이스타항공 경영 비리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배임 혐의 등)로 기소된 무소속 이상직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허가한 보석을 취소하고 이 의원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회의원이고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 여부에 대해 많이 검토했지만 공소사실이 명백하고 죄책이 너무 무겁다"면서 "피해 규모가 상당하고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행위를 하는 등 죄질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기업을 사유화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일반 사람들은 몇천만 원만 횡령하더라도 구속된다"며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기에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게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상직 의원과 범행을 공모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이자 이 의원 조카인 A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최종구 전 대표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공동 피고인 4명에게도 징역 6월~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의원은 2015년 11월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544억 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2,000주를 아들과 딸이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에 105억 원에 저가 매도해 계열사들에 439억 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부정거래로 이 의원 딸이 대표로 있는 이스타홀딩스가 112억 원의 이득을 봤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2013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 53억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그의 범죄사실엔 2016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 원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전도유망한 기업이었던 이스타항공이 파산했다"면서 "계열사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임직원 600명이 대량 해고 돼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년과 추징금 554억 원을 구형했다.
2020년 7월 29일 이 의원을 조세 포탈 등 혐의로 고발한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 지부장은 이날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서 "(형량이 생각보다 낮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항공사 해고 노동자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지부장은 "너무 명백한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부터 선고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내팽개치고 고통스럽게 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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