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진압 합법성 얻으려는 꼼수" 해석
유엔 주재 카자흐 대사 "철모만 사용" 군색한 해명

카자흐스탄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6일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한 군 장병이 유엔 평화유지군 철모를 쓰고. 시위 진압 작전을 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카자흐스탄 병력 중 일부가 이른바 '블루 헬멧(Blue Helmets)'으로 불리는 유엔 평화유지군 철모를 착용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 비판이 일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가는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군이 파견된 경우에만 유엔 휘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카자흐스탄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연초부터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정부 통치 기능이 마비될 것을 우려한 카자흐스탄 정부는 군경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그 결과 최소 162명이 사망하고 8,0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옛 소련 산하 국가로 구성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평화유지군을 요청, 이에 러시아 공수부대를 포함한 군인 2,500여 명이 카자흐스탄을 밟았지만 유엔 차원의 파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 진압 군인이 유엔 평화유지군의 상징인 블루 헬멧을 착용한 군인들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국제 안보 전문가인 찰스 헌트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RMIT) 교수는 "(유엔군 철모를 쓰면서) 카자흐스탄 군대는 국제 평화를 유지하는 집단으로 둔갑했다"며 "(시위 진압에) 합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위해 유엔군 철모를 장병들에게 씌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국 국민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유엔군 철모를 '도용'했다는 뜻이다.
논란이 일자 유엔 주재 카자흐스탄 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철모 외에 다른 유엔 장비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유엔과 관련된 장비가 대테러 작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유엔군 철모를 사용한 배경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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