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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블랙핑크 노린다... 글로벌 시장 노리는 신인 걸그룹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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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블랙핑크 노린다... 글로벌 시장 노리는 신인 걸그룹 봇물

입력
2022.01.13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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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케플러 데뷔 이어 하이브·JYP·YG도 올해 신인 걸그룹 선보여
해외 시장 급성장하며 글로벌 팬덤 겨냥해 기획

신인 걸그룹 케플러. 데뷔 미니앨범이 발매 첫 주 2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인 걸그룹 케플러. 데뷔 미니앨범이 발매 첫 주 2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새해 연초부터 신인 걸그룹들의 활약이 뜨겁다. 지난달 데뷔한 6인조 아이브(IVE)의 첫 싱글 ‘일레븐’이 첫 주 판매량 15만 장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3일 발매된 9인조 신인 그룹 케플러(Kep1er)의 데뷔 미니앨범(EP) ‘퍼스트 임팩트’는 20만 장을 돌파했다. 신인 걸그룹으로선 역대 최다 수준이다.

해외에서의 인기가 이 같은 기록을 견인했다. ‘퍼스트 임팩트’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튠스 차트에서 세계 11개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아이브의 데뷔곡 '일레븐' 역시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QQ뮤직 등에서 인기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신인 걸그룹들이 이처럼 데뷔하자마자 잇달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아이브와 케플러는 올해 벌어질 신인 걸그룹 대전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걸그룹 ‘원톱’ 자리를 지키고 있는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올해 6년 만에 신인 걸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다. 트와이스, 있지(ITZY) 등을 배출한 걸그룹 명가 JYP엔터테인먼트도 내달 7인조 신인 걸그룹을 공개한다. 있지가 데뷔한 이후 3년 만인데 지난해 7월 이들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채 데뷔 싱글 패키지를 발매해 열흘 만에 6만여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을 통해 올해 최소 세 팀의 걸그룹을 선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의 민희진 브랜드 총괄(CBO)이 이끄는 독립 레이블 어도어와 지난해 해체한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 하이브가 CJ ENM과 합작한 레이블 빌리프랩이 각각 한 팀씩 내놓는다. 하이브의 미국 지사인 하이브 아메리카는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 레코즈와 함께 여는 오디션을 통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걸그룹을 선보인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 출연자로 구성될 걸그룹과 중소 기획사에서 내놓는 걸그룹까지 포함하면 올해 10팀 안팎이 데뷔하게 될 전망이다.

신인 걸그룹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인 걸그룹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인 걸그룹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유는 해외 K팝 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걸그룹 세대 교체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걸그룹이 유독 강한 JYP를 제외하면 주요 기획사들은 대체로 5~6년 주기로 걸그룹을 내놓는다. 표준계약서상 최대 계약 기간인 7년 후엔 그룹이 해체되거나 멤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트렌드나 대중의 취향도 바뀌기 때문이다.

K팝 시장이 아시아에서 북·남미와 유럽으로 확대하면서 보이그룹에 비해 열세였던 걸그룹의 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도 기획사들이 대거 뛰어들게 된 요인이 됐다. 실제로 블랙핑크가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른 뒤 트와이스, 있지, 에스파 등이 속속 종합 앨범 차트 20위 안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한 가요기획사 임원은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매출 감소 우려 등으로 시장이 위축됐지만 음반판매량 급증으로 주요 기획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었고 올해부턴 국내외 콘서트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신인 그룹 데뷔가 늘어난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2,500만 장 수준이었던 K팝 음반 판매량은 지난해 5,700만 장으로 100% 이상 늘었다.

방송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 걸그룹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점도 한몫했다. 아이브 멤버 안유진과 장원영은 2018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이 배출한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이며, 케플러 또한 지난해 10월 종영한 엠넷의 ‘걸스플래닛 999’에서 선발된 9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역시 CJ ENM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2’를 통해 결성된다.

걸그룹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커지면서 외적 콘셉트와 음악 색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청순' '소녀' 콘셉트는 점차 비중이 줄고 국내 음원 시장에 맞는 편한 선율 위주의 곡도 강한 비트의 힙합으로 바뀌는 추세다. 4세대 걸그룹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이 대표적이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제작자 입장에선 해외 팬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룹의 시각적, 음악적 콘셉트도 그에 맞춰 조금씩 바뀌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음반 시장이 2019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반면 음원 시장은 20% 이상 축소됐는데, 이 같은 변화가 음반·음원 시장의 비대칭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MBC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 출연자들. 펑키스튜디오 제공

MBC 걸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 출연자들. 펑키스튜디오 제공

음반 판매량 증가와 함께 해외 콘서트가 재개되면서 K팝 매출은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인 그룹을 내놓는 기획사들이 서두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미국 LA에서 단 네 차례의 공연 만으로 21만 관객을 모았고 트와이스, NCT127, 에이티즈 등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진우 위원은 “해외 콘서트 시장이 완전히 문을 열면 K팝에 대한 수요가 스프링 튀듯 크게 늘 것이고 지난 2년간 없었던 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K팝 비즈니스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면서도 "국내 소비자 취향의 대중성 있는 곡들이 줄어들면서 음원 시장이 더욱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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