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사 갈등 한국선 노동이사 안 맞아"
수은·서울메트로 등 순기능 사례도 주목
"일부 부작용 있어도 제도 보완해 안착시켜야"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개정안)이 11일 국회를 통과하자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이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노동이사가 참여한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간 갈등과 쟁의 행위가 빈번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저해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처럼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노동이사제가 노조 등에 악용되고, 결국엔 민간기업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가령, 노조 측이 보낸 노동이사가 이사회에서 파악한 경영진의 의중을 사측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경우, 회사 경영에 번번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당장은 131개 공공기관에 한정되지만 법으로 제도화된 이상, 점차 민간기업까지 노동이사제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즉각적인 확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민간 부문 노동이사제는 별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 "그때는 공운법이 아니라 상법 등 다른 법체계에서 다룰 문제"라고 답변했듯이,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큰 금융권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가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은 있다. 실제 근로자 대표까지는 아니어도,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노조추천이사제’는 실제 일부에서 시행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를 임명했고, 선임까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에서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민간회사인 KB국민은행 노조는 2017년부터 노조 추천 사외이사 임명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의 우려와 달리, 노동이사제의 순기능이 주목받기도 한다. 지난해 취임한 수출입은행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처음엔 우려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많이 따랐던 이재민 이사가 취임한 후 노사 모두로부터 호평받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에서도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양보가 필요했는데, 노동이사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는 “일본 도요타 등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수용한 기업이 대부분 잘되고 있다"면서 "과잉권한, 영업비밀 누설 위험, 주주 불만 등 일부 부작용이 예상돼도 이를 성장통으로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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