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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안철수에 쫓기는 처지 됐나

입력
2022.01.1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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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지지율 추락 윤석열, 단일화 선택이 필수로
단일화 잔뼈 안철수와 피 말리는 협상해야
尹, 이제라도 고개 숙이고 절박감 갖기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인천 발전 공약 발표를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인천 발전 공약 발표를 마친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국민의힘 머릿속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누구는 그에게 “알아서 대선을 포기하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우리 당 최고위원 시킬 수 있다”고 농담의 대상에 올렸다. 단일화는 배는 부르지만 뭔가 좀 아쉬워서 손이 가는 디저트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그새 상황이 급변했다. “지지율이 깡패”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 나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누구도 안철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윤석열 후보도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안 후보에 대한 결례”라며 공손한 자세다. 당 전체가 행여 안 후보 심기가 틀어져 딴마음을 먹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종인과 결별하고 자립을 선언한 윤석열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집 나간 보수층의 회귀다. 예전 지지율을 회복해 다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굳건한 양강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단거리 달리기에서 내내 앞서 나가다 막판에 추월당하면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뒤따라오는 다른 주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다.

시나브로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윤 후보 측에서도 여러 경우의 수를 대입해가며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단일화했을 때 안철수의 경쟁력이 더 높게 나오니 고민이 깊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시간은 윤석열 편이 아니다.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어떻게든 여론의 흐름을 반전시켜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터다.

단일화 협상은 피 말리는 싸움이 될 것이다. 상대는 단일화에 산전수전 다 겪은 안철수다. 그에겐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협상에서 처음엔 앞서가다 낭패를 봤던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다. 이번엔 노련한 수싸움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김종인도 사라졌다. 밑져야 본전인 안철수로서는, 완주 가능성을 내비치며, 최대한 시간을 끌며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 할 것이다.

단일화는 약자 쪽에서 불리함을 뒤집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는 최후 수단이다. 노무현은 정몽준과 단일화를 통해 열세를 만회하고 그 기세를 몰아 대통령이 됐다. 18대 대선에서의 문재인 후보도, 지난해 보선에서의 오세훈도 약세로 시작해 상황을 역전시켰다. 한참 앞서 있는 강자라 해도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게 단일화다.

사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 캠페인 시작 때만 해도 눈길을 거의 받지 못했다. 정치 입문 10년 동안 ‘새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평가는 가혹했다. 그런 그가 대선판을 요동치게 하는 최대 변수로 등장한 건 윤석열의 잘못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윤 후보의 문제는 정치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데 있다. 이번 대선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으로 나무토막을 꽂아 놔도 당선된다고들 했다. 하지만 그 나무토막도 제대로 서 있을 만큼의 토대는 갖춰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 신인으로서의 참신함과 기발함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보여준 것이라곤 기존의 ‘여의도 정치’ 뺨치는 구태와 오만이었다. 거친 말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과도한 네거티브는 보수층조차 고개를 젓게 했다.

단일화 협상에는 후보들의 가치와 철학, 비전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국가 운영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오직 지지율을 기반으로 한 경선룰 샅바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주장도 실상은 자리 나눠 먹기에 불과하다.

정권교체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윤 후보에겐 반등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그 기회를 살리려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 이제 검사 티를 벗고 ‘정치인 윤석열’이 될 때도 되지 않았나.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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