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SJ "고위층 부패와 양극화가 시위 근본적 원인"
카자흐스탄 물가상승률 9% 넘어
부패인식지수 180개국 중 94위
반정부 시위 엿새째 시위대 26명·경찰 18명 사망
연료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배경으로 극심한 부의 양극화 문제가 지목됐다. 카자흐스탄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이 단 162명에 집중돼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이어진 집권 세력의 부패와 극심한 양극화다”고 분석했다. 회계법인 KPMG 보고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전체 부의 55%를 162명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지 포브스 선정 전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도 5명의 카자흐스탄인이 포함돼 있다.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은 연간 경제성장률이 10%가 넘는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 국가다.
반면 카자흐스탄의 최저임금은 월 100달러(약 12만 원)에도 못 미친다. 국민 1,900만 명의 약 5%인 100만여 명은 빈곤선 아래에 있다. 이 와중에 새해 들어 정부의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보조금 중단으로 LPG 가격이 2배 이상 뛰면서 물가가 치솟을 조짐이 보이자 지난 2일부터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시작됐다. 카자흐스탄 물가상승률은 최근 수개월 간 9% 넘게 급등했다.
집권 세력의 부패도 시위를 부추겼다. 카자흐스탄은 2020년 기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180개국 중 94위에 올랐다. 순위가 뒤로 갈수록 부패 수준이 높다. 정부가 고위층의 부패를 척결하고 국유재산을 팔아 복지정책에 사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실망감도 커졌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나이젤 굴드 러시아ㆍ유라시아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놀랄 만한 규모의 불안정과 무질서는 이번 시위가 연료가격 상승에 대한 단순한 불만 그 이상임을 보여준다”며 “연료가격 급등은 시위의 방아쇠이면서 동시에 불만의 보다 깊숙한 원천에 불을 당겼다”고 지적했다.
반정부 시위 엿새째인 이날에도 시위대와 정부군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희생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날까지 시위대 최소 26명이 사망했고, 경찰도 최소 18명이 숨졌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이날 “경고 없이 (시위대에) 발포하라”고 발표해 대규모 유혈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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