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해 카자흐스탄 정부의 강경 진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부 세력이 카자흐스탄의 동요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는데,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이 앞서 러시아군의 카자흐스탄 배치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시위대의 손을 들어 준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해석이 나온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7일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보낸 구두 메시지에서 “대규모 소란으로 중대한 인명 사상과 재산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어린 위로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신이 중요한 시기에 단호하게 강력한 조치를 취해 사태를 신속히 수습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과 임무, 국가와 인민에 대해 고도의 책임감 있는 입장을 체현했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시위대 강경 진압 의사를 공공연히 밝힌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메시지에서 “중국 측은 어떤 세력이든 카자흐 안정을 파괴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것과 카자흐 국민의 평온한 생활을 파괴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외부 세력이 카자흐의 동요를 조장하고 ‘색깔혁명’을 책동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며 중국-카자흐의 우호를 파괴하고 양국 협력을 방해하려는 기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도 덧붙였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날 TV연설을 통해 펼쳤던 ‘시위대가 해외에서 왔다’ 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와 달리 서방 국가들은 카자흐스탄 사태에 잇따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자흐스탄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폭력 사태 중단을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카자흐스탄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며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EU는 가능한 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카자흐스탄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카자흐에서는 지난 2일 연료값 급등을 불씨로 민생 불안을 호소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고, 이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로 번지면서 유혈 사태가 속출했다. 군경의 발포 등 강경 진압 속에 시위대와 군경 등 수십명이 숨진 가운데, 토카예프 대통령은 7일 질서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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