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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도 별 수 없네...코로나로 가장 많이 늘어난 업무는 "집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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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도 별 수 없네...코로나로 가장 많이 늘어난 업무는 "집안일"

입력
2022.01.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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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국내 박사 1900명 설문조사
코로나19로 늘어난 활동은 집안일·육아·수면
성별·결혼여부·나이 따라 코로나19 영향 달라
보고서 "여성 과학자 성과에 특히 타격"

2020년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인 기숙사에서 마리안느 교수가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0년 3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인 기숙사에서 마리안느 교수가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은 '최고급 인재'로 꼽히는 박사들도 피할 수 없었다. 대외 활동이 줄고 재택 근무가 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연구성과가 줄었는데 나이, 성별, 결혼 유무에 따라 타격이 달랐다.

한국연구재단은 7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 'COVID-19가 연구자들에게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력'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0~17일 국내 박사학위 소지자 1,90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대학 정년 교원(24.8%), 비정년 전임교원(10.7%), 시간강사(28.5%), 국공립연구원(20%), 사립연구원(5.63%) 등 다양한 분야의 박사들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증가한 활동으로 집안일(50.3%‧복수응답)을 꼽았다. 강의준비(42%)와 육아(37.7%), 연구활동(15.1%), 수면(13%)이 늘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들은 하루 평균 가사에 쓴 시간이 코로나19 이전 2.36시간에서 코로나19 이후 3.42시간으로 늘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이런(가사 시간이 증가한) 경향은 여성 연구자 그룹에서 좀 더 강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일반 직장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 불안정(47.5%‧복수응답)과 집안가사(44.9%), 일상육아(33.7%), 숙제 등 아이돌보기(26.2%), 노인돌봄(12.9%)으로 재택근무에 타격을 받는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영향 기혼 여성 박사가 더 많이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 평균 가사 시간 상관관계 그래프. 여성 박사(붉은색)가 남성 박사(푸른색)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 평균 가사 시간 상관관계 그래프. 여성 박사(붉은색)가 남성 박사(푸른색)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미성년자를 양육하는 박사 806명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었다. 47.1%는 배우자와 번갈아 양육하고, 19%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친척과 이웃의 도움(13.1%)을 받기도 했지만,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전혀 없다는 응답도 16.7%에 달했다. 돌보미를 고용한다는 응답은 4.1%에 불과했다. 그 결과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은 코로나19 기간 연구 성과가 감소했다(감소 49.7%‧매우 감소 16.5%)고 답했다.

전공 분야별, 성별, 나이별로 코로나19 기간 연구 성과에도 차이가 있었다. △논문 제출 △주저자 논문 작성 △공동저자 논문작성 △논문 심사 △연구과제 제안서 제출 등을 5점 척도(매우 감소~매우 증가)로 표기한 응답을 군집별로 비교한 결과, 보고서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여성 연구자가 남성 연구자에 비해 주저자 연구 활동이 낮았다"고 결론 내렸다. 자연과학‧공학 분야 역시 코로나19 기간 여성 연구자의 연구활동이 남성 연구자보다 낮았고, 미혼 박사의 연구 활동‧성과가 기혼 박사에 비해 더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응답자 과반이 정신건강이 약화했다(약화 48.4%‧매우 약화 9.2%)고 답했다. 역시 5점 척도로 군집별 응답을 비교한 결과, 자연‧공학 박사의 경우 "미혼 연구자일수록 기혼 연구자에 비해 정신적 건강이 좋은 상태"였고 "돌봐야 하는 아이가 있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정신적 건강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해 미성년 아이를 돌보는 연구자에 대해 승진 또는 정년 보장 심사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하고 "학문 분야별로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자연과학‧공학 분야는 결혼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기간 연구활동, 성과, 정신건강 수준이 현저히 달라진 만큼 여성 과학 인력의 경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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