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사진 3장 보여주기 서비스 개시
첫날에만 900만 명 이상 몰려...최대 트래픽
누리꾼들 "옛 애인 사진, 치아교정 전 사진에 놀라"
"정식 서비스 언제? 추억팔이 그만해라" 비판도
"10, 20년 전 사진 보니 아련한 기억 새록새록 나네요.", "추억팔이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싸이월드가 4일부터 '로그인 후 사진 3장 보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심사 지연 등의 이유로 싸이월드의 정식 서비스 재개가 여러 차례 연기돼, 이에 앞서 회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사진을 맛보기로 보여주기 시작한 건데요.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일단 서비스 개시 당일 순식간에 수백만 명이 접속했다고 하니 한동안 잊고 지낸 미니홈피 속 추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자리 잡은 지금 싸이월드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싸이월드의 운영권을 보유한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4일 오후 4시 42분 싸이월드 홈페이지(www.cyworld.com)를 통해 무작위로 사진을 3장씩 보여주는 서비스가 시작한 이후 이날 오후 10시까지 900만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첫 1시간 동안에는 무려 495만 명이 접속해 역대 최다 트래픽(이용량)이 몰렸다는데요.
싸이월드제트는 "로그인할 때마다 사진이 계속 바뀌도록 서비스를 하니 트래픽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재개 지연으로 사람들이 걱정했던) 2페타바이트(PB)에 해당하는 사진 복원이 모두 끝났음을 확인시켜 드리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치아교정 전 사진, 옛 애인 사진... 판도라의 상자 열려"
그 이후 사람들의 접속 후기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다른 SNS를 통해 속속 올라왔는데요. 저마다 개성 넘치는 사진을, (물론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요) 톡톡 튀는 소감도 남겼습니다.
고등학생과 미대생 시절 찍어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을 공유한 박모씨는 "앞머리는 쥐 파먹고, 치아교정 전이라 입이 튀어나온 게 제법 귀엽네. 턱도 짧고, 얼른 그 시절 사진들 더 보고싶다"고 추억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윤모씨는 단짝 친구와 깻잎을 머리에 얹고 익살스럽게 찍었던 싸이 사진을 게시하며 "요때는 이목구비 없어질 정도의 '뽀샤시' 효과 필수였지 ㅋㅋㅋㅋ"라고 남겼습니다. 나도 모르게 '맞아, 그땐 그랬지'라며 맞장구치실 분도 계실 것 같네요.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오모씨는 "싸이월드 소환이 유행이라 한번 접속해봤는데 무려 18년 전 사보 표지모델 촬영 사진이 나왔다"며 "최초 콘셉트는 '힙합전사'로 알고 나갔으나 막상 잡지가 나와 보니 '10대, 질풍노도의 시기'가 주요 테마여서 제대로 '낚였던' 기억이 소환됐다"고 썼다. 중년에 접어든 양모씨는 "2004년 병무청 신체검사 때 입었던 연두색과 노란색이 섞인 바지가 마음에 들어 찍었던 사진이라는데 (도대체 왜 찍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철없던 시절을 떠올렸네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미심장한 글도 올라왔습니다. 한 회원이 "들어가자마자 사진 3개 보여주는데, 결혼 전 짝궁(여자친구) 사진들 나와 깜놀(깜짝 놀랐다) ㅋㅋ 추억은 돋는데 부디 주의들 하세요"라고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다른 회원들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군요",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 걸리면 이혼당할 거 같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젊은 시절 '화려한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은 싸이월드 접속할 때 조심하셔야 할 것 같네요.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청순 가련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파서 오늘은 만 보 걷겠다"는 다짐도, "잊고 있던 싸이월드 빨리 (정식 앱서비스) 오픈됐으면 좋겠다. 옛날 사진 보게" 등의 바람도 보였습니다. "사진 다 다운 받아놨습니다. 내 생일에 헤어지자고 방명록에 글 남긴 첫사랑은 애 둘 낳고 잘 살더군요"(로나***)라는 댓글도 눈에 띄네요.
"정식 서비스는 언제?"...네 차례 연기에 신뢰 잃어
그러나 한때 3,200만 명이 즐기며 페이스북보다 앞선 '한국형 SNS'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잘나갔던 싸이월드의 옛 명성에 비하면, 반응이 아직 뜨뜻미지근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의 부활이 지금까지 모두 4회나 연기되면서 실망한 사람들이 많아서인데요. 누리꾼들은 "진짜 오픈은 언제 하는 거지"(3yud****), "무슨 짓인지 추억팔이로 더 벌 게 남았나. 안 될 거 같으면 깔끔하게 접어라"(hyun****), "사과 공지도 없고 매번 희망고문 더 이상 안 속는다"(wh01****)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싸이월드제트는 당초 ①지난해 3월 서비스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어요. 그런데 ②'웹과 모바일앱 버전을 동시에 선보이겠다'며 5월로 미뤘고, ③다시 싸이월드 고객 정보·사진·영상 저장 서버가 정상적인 내구 수명을 넘겨 백업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겹쳐 7월로 연기됐었죠. ④정작 7월이 다가오자 '중국발 해킹공격' 등으로 다시 미뤄졌다가 다음 달 로그인만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후 정보통신업체 '한글과컴퓨터'와 손잡고 메타버스 플랫폼인 '싸이월드한컴타운'을, 싸이월드 앱과 함께 지난달 17일 오픈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이 약속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사진을 비롯한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앱 마켓 심사 과정이 지체되며 '싸이월드한컴타운'의 베타 서비스만 먼저 선을 보였던 거죠. 그나마 먼저 선보인 '싸이월드한컴타운'도 초기 로그인 오류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죠. 이에 누리꾼들은 "담달월드" "사기월드" "구라월드" "간보기월드" 등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붙여 줬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사람들이 그토록 원했던 사진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도록 했지만, 불만도 많이 나오네요. 누리꾼들은 "매달 10만 원씩 결제해 늘 4,000개 넘게 있던 도토리랑 100개 넘는 BGM이 하나도 없더라. 전화 이메일로 몇 번을 말해도 예전 데이터는 알아낼 수 없댄다. 우째 도토리나 음악이 하나도 없이 싹 다 지워지나?"(youn****), "로그인 메일을 수번을 보내도 답장도 없음. 로그인이나 하게 해주세요"(ruis****), "3장 뜨는데 다 내 사진 아니고, 친구사진 동생사진. 내 사진 언제 보나"(sunn****) 등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싸이월드제트는 "그동안 휴대폰 번호 불일치로 실명인증이 어려웠던 회원들도 싸이월드 콜센터(CS)를 통해 아이디 찾기, 정보변경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싸이월드 앱 마켓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식 출시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싸이월드제트는 또 기존 싸이월드에 메타버스, NFT(대체불가토큰) 등 신기술 적용과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등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타버스 시대에 옛 명성 회복 쉽지 않아"
하지만 전문가들은 싸이월드가 옛 명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선 지금까지 공개된 싸이월드의 서비스가 '과거 사진 보여주기' 등 기존 감성에 호소하는 데 그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향후 신사업과 새로운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 여전합니다.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싸이월드는 추억이 깃든 고향과 같아 명절에 가고 싶어하지만 집을 새로 지어 살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라며 "모바일 전환에 실패해 이미 승부가 끝나, 폐허가 되니까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로 뿔뿔이 흩어졌고, 이미 장기간 형성된 페이스북 친구 네트워크를 버리고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가 감성팔이로 4050을 주 타깃으로 하기에는 메타버스 신기술 찾는 2030과는 어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그와 반대로 하기도 곤란해 누구를 타깃으로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어려울 것"이라며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있어야 사람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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