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 '관 vs 민' 대결로
6월 여신협회장 선거도 카드사 대표 출마할 듯
"민간 출신은 들러리" 자조 섞인 목소리도
퇴직 고위 관료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금융협회장 자리에 금융사 대표가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실시하는 저축은행중앙회(중앙회) 회장 선거는 '관 vs 민' 대결 구도로 치른다. 금융사 수장은 퇴직 관료보다 업계 이익을 강하게 대표할 수 있다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승자는 관료'라면서 민간 출신 후보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자조도 업계에서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앙회는 박재식 회장 후임 선출을 위해 다음 달 17일 임시총회를 열고 새 회장을 뽑을 계획이다. 민간 출신인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관가 출신으로는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정완규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중소서민금융정책관(국장)을 끝으로 금융위원회에서 퇴임한 금융 관료다.
중앙회 선거전은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인 박재식 회장이 당선된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민간 출신과 관가 출신이 경합하는 구도다. 당시 선거에선 남영우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가 박재식 회장에 맞섰다.
오는 6월 여신금융협회(여신협회) 회장 선거 역시 '관료 아성'을 깨기 위해 카드업계에서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여신협회장 선거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가 최종 후보로 다퉜다. 결과는 금융위 사무처장을 역임하다 퇴임한 김주현 전 예보 사장의 승리였다.
비록 과거 금융협회장 선거에서 퇴직 관료가 사실상 백전백승을 했지만 민간 출신 후보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금융협회장에 바라는 역할이 금융당국과 업계를 이어 주는 가교에서 '당국에 할 말은 하는 업계 대표 선수'로 점점 바뀌고 있어서다.
다만 실제 표심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관료 출신에게 향할 것이란 현실론도 있다. 금융업은 당국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규제 산업인 만큼, 퇴직 관료를 금융협회장에 앉히면 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민간 회사 출신이 협회장을 맡으면 업계를 더 잘 대변할 수 있겠지만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은 관료 출신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여신협회, 중앙회보다 체급이 높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단체 수장을 선거 대신 추대 형식으로 뽑는다. 규제 강도가 가장 센 생명·손해보험업을 이끄는 협회장은 그동안 관료 출신이 거의 휩쓸었다. 반면 금융협회장 맏형 격인 은행협회장은 시중은행 대표와 관료 출신이 골고루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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