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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생존하는 방역

입력
2022.01.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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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0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0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10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를 증명하는 방역패스 혹은 PCR검사 음성 확인서가 없으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앞서 방역패스가 시행된 식당과 카페의 경우 미접종자 단독 출입은 허용하기 때문에, 실제 백신 미접종자(18세 이상)에 대한 '전면 불허'는 이날 처음 이뤄진 셈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코로나로 인해 공공 이익(방역을 통한 공중 안전확보)과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 기본권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충돌의 파장을 가장 먼저 맞게 될 최일선에는 방역주체인 정부가 있다. 당장 백신 접종률이 낮은 청소년들의 코로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원 등의 방역패스 도입을 서둘렀지만, 법원의 결정에 부딪혀 공공 안전이라는 지향점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백신 미접종자의 교육권과 생존권도 접종자와 마찬가지로 공익에 뒤처질 수 없다는 목소리는 하루가 다르게 힘을 얻고 있고, 조만간 방역패스 존재 여부를 결정지을 법원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정부, 방역의 이익이 막대할지언정 구성원 누구의 인권이라도 포기할 수 없다는 민심. 어느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중 우리 사회는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방역패스를 서둘러 확대 적용해 공익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의 외피로 무장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즈음 치솟았던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본격적인 부스터샷 접종 돌입 직후인 지난달 말 전월 대비 15%포인트가량 급감한 사실. 1,000명을 넘어섰던 위중증 환자 규모가 중증화 위험을 낮춰 주는 백신접종 확대로 700명대로 줄어든 점.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규모가 머지않아 2만 명대로 치솟을 것이라 전망하며 방역패스 시행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신 미접종자의 기본권이 공익을 위해 희생되어선 안 된다는 민심에도 버틸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 2차 접종을 마쳐 코로나 중증화 위험이 낮은 성인 인구가 90%를 훌쩍 넘은 가운데, 굳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미접종자가 된 국민의 기본권을 강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그중 하나다. 4차 접종까지 거론될 정도로 백신의 효율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이를 강압적으로 접종토록 해 부작용의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무엇이냐는 주장이다.

사회의 공익과 개인의 기본권 선후(先後) 논란을 내재하고 있는 방역패스 공방은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봄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이 글에서 비상사태에 맞서기 위해 급히 시행한 국가의 대처들이 위기 종료 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코로나를 막으려 설익은 전체주의 시스템을 무리하게 작동했던 정부들로 인해 소중히 지탱해온 민주주의적 가치마저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였다.

현재로선 백신이 코로나 확산으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낼 최선의 방패임이 틀림없다. 방역패스가 백신접종을 이끌어내고 미접종자를 보호해줄 효율적 대책이라는 사실도 그렇다. 다만 정부가 바이러스를 잡으려 급히 꺼내든 방역패스라는 보검이 보호받아 마땅한 사회적 약자들과 팬데믹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자영업자들, 그리고 백신 부작용을 겪은 시민들마저 위협하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생존하는 방역이 목표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양홍주 디지털기획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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