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장지 버스공영차고지 지하화하고
공공주택 1,232세대 짓는 '컴팩트 시티'
주민·버스업체 "화재 취약 등 안전 우려"
서울시, 내부 우려 있지만 지속 추진 중
서울시의 '컴팩트 시티(Compact city)' 사업이 안전 문제에 걸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영 버스 차고지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공주택을 짓는 이 사업에 인근 주민과 버스 기사들이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는 탓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함께 강동구 강일 버스공영차고지와 송파구 장지 버스공영차고지에 공공주택 1,232가구를 짓는 컴팩티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차고지를 지하 1층~지상 1층으로 옮기고, 상부에 경사형 도시숲과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착공 목표 시기는 오는 12월이다. 시 관계자는 "강일은 통합심의를 마치고 사업계획 승인 신청 단계에 있고, 장지는 통합심의를 앞둔 단계"라고 말했다.
차고지 인근 주민과 차고지를 이용하는 버스 업체는 일관되게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안전'이다. 시내버스가 사용하는 CNG 연료는 화재 시 폭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물질이고, 컴팩트시티의 경우, 차고지 기능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CNG 충전소가 근접 배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나영 강일지구 입주자대표연합회 총무는 "CNG 충전소가 야외에 설치될 예정이긴 하지만, 3동 아파트 어린이집과 7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도서관 등 생활 SOC는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데, 화재 시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컴팩트 시티 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민뿐만이 아니다. 버스 운전사들도 반기를 들고 있다. 위성수 서울시버스노조 교육홍보국장은 "지상 1층 차고지가 필로티 형태로 설계돼 있어서 버스를 기둥 사이로 운전해야 하는 등 버스 운행이 어렵다"며 반대입장을 표시했다. 컴팩트 시티 사업이 '차고지' 본연의 기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폐쇄적인 차고지 구조 탓에 매연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 버스 기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와 SH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필로티 기둥 간격을 넓히고, 각종 시뮬레이션 용역으로 안전 문제를 더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SH 관계자도 "역세권 부지를 야간 버스 주차장으로만 활용하는 현실은 비효율적"이라며 "주민과 버스 업체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수용하면서도 공간 활용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컴팩트 시티 사업은 2018년 박원순 전 시장이 내놓은 주택공급 5대 혁신안 중 하나다. 현재 강일, 장지 버스공영차고지를 비롯해 연희 교통섬, 증산 빗물펌프장, 신내 북부간선도로 등 5곳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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