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수부대 포함한 해외 군인 2,500명 투입
토카예프 카자흐 대통령 "경고 없는 발포 승인"
미국 "러시아군 투입 적절한지 의문" 경계심
물가 폭등 항의 시위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 도시 알마티의 도심 광장에 6일 군인들이 배치돼 있다. 알마티=로이터 연합뉴스
반정부시위로 격화한 카자흐스탄 혼란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치달으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러시아 공수부대를 주축으로 한 외국군대를 등에 업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위가 진압되고 있다”면서도 무장세력이 괴멸될 때까지 진압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서는 수천 명의 군중이 반정부 시위를 엿새째 이어 갔다. 전날 밤에도 알마티광장을 중심으로 총소리와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고,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군인들이 충돌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격화된 시위로 이날까지 경찰이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748명이 부상했다. 사망 경찰관 중 2명은 목이 잘린 채 발견됐다. 시위 참여자도 26명 사망했고 1,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400명은 입원했다. 또 체포된 인원도 3,000명을 훌쩍 넘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엿새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질서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헌법 질서가 거의 회복됐다”며 “과격 무장세력들을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치안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혈 강경 진압 입장도 분명히 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범죄자·살인자와 협상에 나설 수 없다며 "군 등이 경고 없이 (시위대에) 발포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토카예프 대통령이 요청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도 이날 카자흐스탄에 집결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CSTO 평화유지군은 교전이나 무장세력 소탕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평화유지군은 국가 시설에 대한 보호 및 보안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CSTO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에서 분리된 6개국이 2002년 결성한 안보협의체로, CSTO 평화유지군이 실제 파병된 것은 창설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2,500명 규모로 알려진 평화유지군에는 러시아 공수부대도 포함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군 파병이 형식적으로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에 따른 평화유지군이지만 사실상 구소련 국가의 내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즉각 경계심을 드러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카자흐스탄에) 러시아군 투입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미국과 세계는 (러시아의) 인권침해 여부와 카자흐스탄 기관 장악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反)정부 단체인 '카자스흐탄의 민주 선택(QDT)을 이끌며 현 정권을 비판해온 무흐야르 아블랴조프는 '평화 유지' 명분을 앞세운 러시아군 투입을 향해 "점령"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그는 앞서 6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를 “국민적 자각에 의한 진짜 혁명으로 현 정권 종말이 임박했다”며 “국민들은 외국군에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