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위원회 형법 51조 개정 권고
"증인신문 수준 넘어 피해자 주도적 진술 기회도"
성범죄자 처벌 수위에 영향을 주는 양형 참작 사유에 가해자 관점이 주로 반영돼 형량 감경 요소로 작용한다며 피해자 관점도 충실히 반영되도록 법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법무부 산하 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위원장 변영주)는 6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양형을 위한 형법 양형조건 개정과 성범죄 피해자 진술권 강화'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피고인의 양형 조건에 관한 형법 51조가 "가해자 중심"이라고 문제 삼았다. 해당 법 조항은 판사가 형량을 고려할 때 참작할 조건으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네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 67년간 단 한 차례 개정 없이 유지돼 왔다.
위원회는 이런 참작 사유에 △피해자 연령 △피해 결과와 정도 △피해 회복 여부 △피해자 처벌과 양형에 관한 의견 등 '피해자 관점'의 잣대 역시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가해자 관점만 반영된) 양형에 관한 사회적 논란과 그 결과 초래되는 사법 불신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국회에서 사회 변화를 고려한 논의를 거쳐 양형 요소를 구체화하고 양형의 예측 가능성과 균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아울러 피해자가 원할 경우 법정에서 주도적으로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보장되도록 관련 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법원은 피해자 등의 신청이 있으면 피해자를 증인 신문해야 하고, 이때 피해자에게 피고인 처벌에 관한 의견 등을 진술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제294조의2)은 증인신문 방식의 피해자 진술권 보장 규정인데, 이것만으로는 피해자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진술이 어렵다는 게 위원회 진단이다.
위원회는 "피해자 진술권 강화를 위해 증인신문 방식 외에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 등을 법률에 규정해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판이 진행되기 전 수사기관이 피해자 의견 진술권 고지 등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권고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몇몇 사건을 제외하면, 다수 성범죄 사례에서 벌금 또는 집행유예 위주의 온정적·관행적 처벌이 이뤄진다는 위원회 진단에 따른 것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검찰 사건 처분 통계 분석 자료을 보면, 디지털성범죄 1심 판결에서 실형 선고는 9.37%로, 10명 중 1명 수준에 그쳤다. 벌금형은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최근 5년 평균 53.64%에 달한다.
위원회는 "진지한 반성 등의 불명확하고도 가해자 중심적 사유가 주된 (형량) 감경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솜방망이 처벌'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그러면서 "재판 절차상 피해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불합리한 양형을 개선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의 근본적 개선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형사 사법 각 영역에서 피해자 권리 보호에 미흡함이 없는지 세밀하게 살피겠다"며 "합리적 양형 실현을 통해 디지털성범죄 등에 엄정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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