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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드는 탈모 공약...제약업계 "탈모, 질병으로 볼지부터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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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드는 탈모 공약...제약업계 "탈모, 질병으로 볼지부터 정해야"

입력
2022.01.06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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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탈모, 건강보험 적용" 호응 얻자
안철수 "탈모 복제약 가격 절반으로"
업계 "건보 적용돼야 가격 인하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커뮤니티에서 이어진 '이재명을 심겠다'는 지지 선언에 호응해 헌정 영상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영상에서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커뮤니티에서 이어진 '이재명을 심겠다'는 지지 선언에 호응해 헌정 영상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영상에서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가격 인하가 가능하겠죠.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데, 과연 될까요."

대선 후보들의 탈모 치료 관련 공약이 화제의 중심에 선 6일 한 제약사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급여인 탈모약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겠다"는 공약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건강보험 재정에 손대지 않고 탈모 복제약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겠다"고 한술 더 떴지만 제약업계는 뜨뜻미지근하다.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탈모 공약 이미지. 페이스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탈모 공약 이미지. 페이스북

국내에서는 질병으로 인정받아야 한정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2020년 기준 탈모증 환자는 23만4,780명이다. 이 가운데 70% 이상은 원형탈모증이다.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1,1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주로 '프로페시아'로 대표되는 피나스테리드 제제와 '아보다트'로 대표되는 두타스테리드 제제가 사용된다. 2000년 국내에 상륙한 남성형 경구용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의 2020년 매출은 412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37%를 차지했다.

1일 1정씩 복용하는 프로페시아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비싸다. 1정에 1,600~1,700원이라 석 달 치가 14만~16만 원에 달한다. 다만 프로페시아 특허가 2008년 만료돼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이 95개나 쏟아졌다.

복제약 중 매출 1위 '모나드'는 1정 최저가가 1,050원이다. 이후 제약사들이 가격경쟁을 하면서 2020년 나온 '피나윈'은 1정 가격을 오리지널의 4분의 1 수준인 400원대로 낮췄다. 피나윈을 출시한 라온파마는 "마진을 포기하고 거품을 뺀 가격"이라고 밝혔다.


남성형 경구용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한국오가논 제공

남성형 경구용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한국오가논 제공

제약업계는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다면 탈모 환자들의 치료제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 인하도 가능하다고 본다. 프로페시아 복제약을 판매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도 사용되는데, 이 경우 급여 처방이 가능해 1정 가격이 700원 정도이고, 환자 본인 부담금은 30%(210원)가량"이라며 "탈모치료제도 급여화하면 정부가 가격을 인하하려 할 테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 없는 복제약 가격 인하'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재 비급여 전문의약품은 제약사가 가격을 책정하지만 급여화가 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약사와 협의하고 수요조사, 경제성 평가 등을 거쳐 가격을 결정한다. 프로페시아의 복제약들이 가격경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에 대해 '가격을 내려라' 하는 건 '라면값 내려라'와 같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결국 복제약 가격 인하도 건보 적용이 선행돼야 가능하지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건보 적용은 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해야 가능한데 세계적으로도 탈모 치료제가 급여화된 국가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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