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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둘러싼 미·러·유럽의 ‘가스 전쟁’

입력
2022.01.06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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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러시아가 2020년 2월 공개한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배관.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2020년 2월 공개한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배관.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고조되면서 현 시점에 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지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미·러의 우크라이나 대립이 러시아-독일 직통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개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박은 서유럽가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냉전시기 이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양대 위성국가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통해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해왔다. 그러나 냉전종식 이후 우크라이나에 나토와 유럽연합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러시아의 유럽가스 수출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미국 세력에 넘어가면 러시아 유럽가스 수출의 70~80%는 사라지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국가, 발트해 국가 등 러시아 가스 공급에 독점적으로 의존해 있는 국가들에 트럼프 정부는 미국 셰일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공급함으로써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미국의 이러한 '자유가스'(freedom gas) 전략에 제동을 건 것이 독일-러시아 간 직통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2005년에 합의되어 2011년에 개통된 제1노선과, 2015년에 합의돼 곧 개통을 앞둔 제2노선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정부는 노르스트림 가스관 건설에 참여하는 유럽 기업들까지 제재목록에 올려 가면서 압박을 가했지만 가스관 건설은 강행되었고, 거의 건설이 마무리되는 상태에서 바이든 정부가 집권하게 되었다.

실제로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압박이 표면화된 직접적 계기는 2021년 5월 바이든 정부와 독일 정부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건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것이 출발점이다. 표면적으로 미국의 러-독 가스관 승인은 건설이 거의 완성되어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으나, 실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협력 등을 위해 트럼프 시대의 대서양 동맹 와해를 매듭짓고 독일 등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행보였다.

제재 해제 발표 후 러-독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가스 서유럽 수출 확대가 유럽질서를 불안정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세력권에 넣어서 러시아의 유럽 영향력을 단번에 차단하려던 기존의 전략은, 러-독 가스협력에 의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폴란드, 헝가리, 발트해 국가 등도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의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출을 통한 유럽 내 영향력 유지는 미국이 지금까지도 막지 못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러시아 가스 수입 측면의 우방은 무엇보다도 독일과 이탈리아다.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가스를 수입하려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이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북해에서 가스를 생산하기 때문에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매장량 고갈로 결국 가스 수입국이 되었다.

러시아의 전략과 의도는 우크라이나 경유 방식의 과거 유럽으로의 가스수출 방식과 결별하는 것이다. 과거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동유럽-서유럽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동서 가스 흐름의 방향을 바꿔 독일을 통해 서유럽 가스시장을 장악해서 직접 가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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