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 모친과 유전자 일치
경찰 조사서 “엄마 처벌 원치 않아”
제주동부경찰서 전경
제주에서 출생 신고 없이 20년 넘게 유령처럼 살아온 24·22·15세의 세 자매가 호적을 갖게 됐다. 자매는 유전자 검사에서 모두 어머니의 친자로 확인됐다.
5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시 등에 따르면 이들 세 자매의 출생신고를 위해 실시한 유전자 검사 결과 세 자매와 어머니 A씨의 유전자(DNA)가 99% 일치했다. 출생증명서가 없을 경우, 부모와 자녀 사이의 혈연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와 출생 확인 신청서를 가정법원에 제출해 확인서를 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앞서 세 자매가 출생 신고되지 않은 사실은 친모 A씨가 지난달 중순 제주시 한 주민센터에서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 대한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주민센터에 동행했던 딸들이 "우리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이에 주민센터 직원이 세 자매가 호적에 올라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미성년자인 막내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로 A씨를 입건한 상태다. A씨는 막내딸의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의 24세, 22세 두 딸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자매 모두 의무교육과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종교적 이유 등 현재까지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출산 후 몸이 좋지 않아 출생신고를 바로 못 했다"며 “나중에 (하려고 하니)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해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세 자매는 어머니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와 세 자매를 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동부경찰서와 제주시 등 5개 기관은 세 자매 가정에 긴급 생계비와 장학금을 지급하고, 심리 상담과 학습을 지원할 방침이다.
세 자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제주도의 한 변호사는 이들의 출생신고와 관련해 무료 소송과 변론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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