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떨어진 장소서 150여 명 모여 기념 집회
이옥순·이용수 할머니 영상 축하… 대통령도 메시지
정의연 "보수단체 폭력 규탄"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수요시위가 시작된 지 30년이 된 지금, 일본 한복판에 있을 법한 극우 역사부정 세력이 시위 장소를 뺏고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5일 1,525차 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건물 앞은 위안부피해지원단체와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함성과 한탄으로 가득했다.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시위는 줄곧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서 열렸다. 그러나 재작년 5월부터 시위 장소 선점에 나선 보수단체에 밀려 이날 30돌 시위도 이전과 같은 거리(평화로)이되 소녀상에서 30m가량 떨어진 장소에서 열렸다.
소녀상 앞에선 보수 성향의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 '30년 거짓말 1,500회' 등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과 피켓을 내걸고 집회를 진행했다. 바로 옆에선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반일행동'이 맞불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 통제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생 많았다"
이날 수요시위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150명가량이 모여 30주년을 기념했다. 최광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맨몸으로 평화로에 섰고, 그렇게 시작된 수요시위가 30년이 됐다"며 "정의이자 진실, 인권과 평화, 그리고 연대였던 30년의 무게는 차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순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30년을 축하했다. 이옥순 할머니는 "수요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에 앉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고, 이용수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일본이 막말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용기를 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1,525차 시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함께해주신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는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의 성명서 낭독, 풍물굿패 삶터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 이사장은 "30년 세월 차곡차곡 쌓인 피해자들과 수요시위 참가자들의 염원이 하늘까지 닿아 있음을, 동토에 뿌려진 씨앗이 마침내 싹을 틔워 정의의 꽃이 피어날 것임을 믿는다"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 수요시위의 오랜 문이 비로소 닫히고 역사의 장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단체 명예훼손 막아 달라" 진정
수요시위가 한창일 때 바로 맞은편에서 반대 시위도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위안부 동상 철거하라" "수요집회 중단" 등을 외쳤고,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정의연 해체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 현장으로 돌진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용수를 구속하라'는 현수막을 든 시위자가 접근하면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의연 등은 이날 행사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수요시위 현장의 폭력과 혐오 행위를 막아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이나영 이사장은 "극우단체들이 시위 장소를 선점해 피해자 및 시위 주관 시민, 정의연 활동가들을 비방하며 모욕과 명예훼손을 자행하고 있는데 경찰은 적극적인 제지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가 시급히 나서서 경찰의 부작위를 해결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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